문턱 낮아진 은행권 유언대용신탁… 5개월 새 1兆 '뭉칫돈'
최저 가입금 100만원 상품 나와
고액자산가 전유물은 '옛말'
초간편·의료비 특화 상품 쏟아져
비이자이익 사업 돌파구 부상
은행권의 '유언대용신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입 문턱을 낮추고, 상담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고액자산가의 전유물이던 유언대용신탁이 대중적인 자산관리 상품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5개월 만에 1조원 증가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총 5조5926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5개월 만에 1조원 넘게 불어났다.
5대 시중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2020년 말 9000억원대에 불과했다. 이듬해부터 꾸준히 우상향하면서 2021년 말 1조3851억원, 2022년 말 2조944억원, 2023년 말 3조1317억원, 2024년 말 3조5058억원, 지난해 말 4조5024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더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해 연간 증가액(9966억원)을 넘어선 1조902억원의 시니어 자금이 유입됐다.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이 생전에 은행과 신탁 계약을 맺어 자산을 관리하는 서비스다. 사후에는 고객이 정해둔 방식에 따라 상속이 이뤄진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고령 치매환자가 보유한 이른바 '치매머니'는 지난해 기준 약 172조원으로 추산됐다. 치매머니는 꾸준히 늘어 오는 2050년 488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은행권은 고령화로 치매머니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종합재산신탁을 앞세워 시니어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고령층 자산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만큼 금융자산뿐만 아니라 부동산 관리와 처분, 상속까지 아우르는 종합재산신탁 수요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가입 문턱 낮추며 시니어 고객 확보
은행권은 유언대용신탁 시장 선점을 위해 상품과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0년 금융권 최초로 유언대용신탁 '하나 리빙트러스트'를 내놓으며 은행권의 신탁 시장 확대를 이끌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가입 문턱을 낮추며 고객 확보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간편형 유언대용신탁'을 출시했다. 가입 연령을 만 40세까지 낮추고, 최소 가입금액을 1000만원으로 내려 고객 확보에 힘쓰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3월 최저 가입금액을 100만원으로 낮춘 '초간편형 유언대용신탁'을 선보였다.
신한은행은 지난 4월 '신한 SOL메이트 유언대용신탁·치매안심신탁' 가입 서약 선언식을 열고 시니어 자산관리 전문은행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NH농협은행은 올해 장애인신탁과 의료비안심신탁 등 신상품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의료비안심신탁은 의료비 전용 출금신탁으로 시니어 고객이 안정적인 자산관리와 함께 의료비 지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마련한 상품이다. 농협은행의 금전유언대용신탁 최소 가입금액은 500만원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 수수료를 확보할 수 있는 비이자이익 사업이라는 점에서 신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고령층 자산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만큼 부동산신탁 자회사와의 연계, 상속·퇴직연금신탁 상품 확대 등을 통해 수익원을 다각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chord@fnnews.com 이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