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중동 위기로 가격상승·물량감소 복합충격…"공급망 취약성 노출"

뉴시스

공급망 위기로 제조업 조달비용·운영부담↑ 일부 전략 중간재 중심으로 위험 집중되는 경향 공급선 전환 제약 등 구조적 요인이 더 큰 문제 공급망 정책, 핵심 전략 중간재에 우선순위 둬야

[오만만=AP/뉴시스] 16일(현지 시간) 오만만에서 유조선과 화물선들이 호르무즈 해협과 아라비아해를 잇는 항로를 따라 운항하고 있다. 2026.06.17.
[오만만=AP/뉴시스] 16일(현지 시간) 오만만에서 유조선과 화물선들이 호르무즈 해협과 아라비아해를 잇는 항로를 따라 운항하고 있다. 2026.06.17.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중동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위험은 가격 상승과 수입물량 감소를 동시에 유발하는 복합 위기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이번 전쟁으로 특정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난 만큼 핵심 전략 중간재에 대한 정밀한 모니터링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18일 발표한 '2026년 중동 지정학 충격과 한국 공급망 위험의 변화' 보고서에서 국가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EWS)을 분석, 우리나라의 공급망 위험에 대해 진단했다.

4월 전체 9267개 HS10 품목 가운데 안정·주의 단계(위험등급 50 미만) 품목은 5900개로 전체의 63.7%를 차지했다. 관찰 단계(50~74) 품목은 1067개(11.5%), 고위험 단계(75~84) 품목은 485개(5.2%), 최고위험 단계(85 이상) 품목은 1815개(19.6%)로 분석됐다.

대외연은 최고위험 단계 품목이 고위험 단계 품목의 3.7배에 달하는 것은 공급망 위험이 일부 전략 중간재와 핵심 공급망 품목에 집중돼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4월 기준으로 가격 급등 신호는 2792건, 수입물량 감소 신호는 3117건으로 집계됐다. 두 신호가 동시에 나타난 품목도 1588건에 달했다. 가격 상승과 수입물량 감소가 동시에 관찰된 품목 중 가격과 물량 모두에서 고위험 신호를 보이는 품목은 731건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 보면 에너지 부문에서 가격 급등 비중(48.2%)과 가격·물량 동시충격 비중(31.3%)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무기화학품(21.0%), 유기화학품(19.9%), 플라스틱·수지(16.4%), 기계류·장비(16.9%), 전자기기·전자부품(17.1%), 정밀기기(19.2%) 등 산업에서도 가격과 물량의 복합 충격 양상이 관찰됐다.

공급망 위험이 제조업 운영 부담으로 전이되는 경우 반도체 제조장비, 전기·전자부품, 유기·무기화학 소재 등 제조업 핵심 중간재에서 구조적 취약성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기화학품의 경우 평균 공급국 수(3.89개)는 가장 적고 전략적 의존성(31.1)이 가장 높아 가장 높은 구조적 취약성을 보였다.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위험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 품목의 평균 공급국 수는 6.4개인 반면 3개월 이상 위험이 지속된 품목은 평균 공급국 수가 2.8개 수준에 불과했다. 전략적 의존성 지표도 일반 품목(11.2)에 비해 위험 지속 품목(74.9)에서 현저하게 높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최근 공급망 위험은 단기적인 충격에 그치지 않고 일부 전략 중간재를 중심으로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특정 국가 또는 공급업체 의존도가 높아 공급선 다변화가 필요한 품목은 1542개로, 즉시 조달이 필요한 품목(449개)의 3배를 넘었다.

이는 현재 공급망 위험의 상당 부분이 단기적인 재고 부족보다 특정 공급선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대체조달의 어려움 등 구조적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뜻이다.

현재 각국은 중동 위기에 대응해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선을 분산하는 '다변화'를 주요 정책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기업의 조달 전략은 반드시 이런 방향으로 전개되지는 않고 있다고 대외연 지적했다.

신규 공급선의 경우 품질 인증, 공정 적합성 검증, 생산수율 확보 등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오히려 공급선 대체 과정에서 특정국 의존도가 심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급국 수가 감소한 품목은 3355개, 최대 공급국 의존도가 상승한 품목은 4411개에 달해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도 공급 구조의 집중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외연은 이번 중동 위기로 평상시에는 잘 드러나지 않던 공급망의 구조적 취약성이 가시화됐다며 향후 공급망 정책은 단기 위기 대응보다 핵심 전략 중간재의 구조적 취약성을 조기에 식별하고 관리할 수 있는 체계 구축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외연은 "공급망 위험은 모든 품목에 동일하게 발생하지 않으며, 실제 위험은 일부 전략 중간재와 구조적 취약 품목에 집중되는 특성이 확인됐다"며 "공급망 정책도 모든 품목을 동일하게 관리하기보다 구조적 취약성이 높고 제조업 파급효과가 큰 전략 중간재를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정책자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궁극적으로 향후 공급망 정책은 단순한 공급선 다변화보다 공급망 복원력과 실질적인 대체조달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hk@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