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세 소상공인들 신음하는데 또 무산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파이낸셜뉴스] 최저임금위원회가 18일 제7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쳤지만 부결됐다. "문 닫고 알바를 해야 할 판"이라는 소상공인의 호소도 결국 통하지 않았다. 1988년 관련법 시행 첫해를 제외하면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은 해마다 노사가 첨예하게 맞섰지만 실제 도입된 적은 없다.
노동계의 반대 논리는 분명하다. 특정 업종에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노동자 차별을 제도화하는 것이며, 임금을 낮춘다고 일자리가 늘지 않고 오히려 고용의 질만 악화시킨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현실은 절박하다. 이들을 대변한 경영계는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업 등의 지불 능력이 다른 업종보다 훨씬 떨어진다고 호소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대기업 종사자들이 두둑한 성과급을 받는 반면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신음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달앱 수수료와 임대료, 원자재 가격 상승도 이미 영세업자를 옥죄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재단중앙회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신해 갚아준 대위변제액은 1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의 3배를 웃돈다. 소상공인이 밀집한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 등 골목상권 대출 잔액도 올해 1·4분기 말 356조원으로 역대 최대다. 경영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이 특정 업종에 낙인을 찍는 차별이 아니라 고사 직전 업종의 숨통을 틔워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생존의 사다리'라고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제 논의는 최저임금 인상률로 옮겨간다. 업종별 차등이 무산된 만큼 최저임금 인상 폭이라도 최소화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노동계는 일찌감치 올해보다 16.3% 오른 시급 1만2000원, 월 250만8000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3000만원을 넘는다. 경영계는 아직 요구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동결이나 낮은 수준의 인상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막판까지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최근 반도체 업계의 대규모 성과급 지급 이후 산업계 전반에서 임금 인상 요구가 커지고 있어 노사 간 합의는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반도체 호황이 곧 전 산업의 임금 인상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고성장을 이어가는 대만도 월 최저임금은 한국의 65% 수준에 머물러 있다. 노동자는 더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고, 사업주는 형편이 안 돼 더 줄 수 없는 현실이다.
경영계뿐 아니라 노동계도 위기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절박한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노동계는 명분만 앞세워서는 곤란하다. 노동자도 영세업자도 모두 우리 사회의 약자다. 눈앞의 임금 인상보다 지금 있는 일자리를 지켜내고 늘리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