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주식으로 대출이자 한방에 만회?… 빚투에 희망 건 2030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근로소득으로 자산 형성 못한다"
역대급 활황장에 다시 빚투 광풍
전문가 "사회적 부메랑" 경고

#. "앞으로 1년 동안 매달 쪼들릴 게 걱정이기는 하지만 미래를 위해선 어쩔 수 없어요." 20대 직장인 박모씨는 지난주 주식 투자를 위해 3000만원의 신용대출을 받았다. 연평균 5%대 달하는 금리를 부담하면서까지 대출받아야 하나 고민했지만, 지난해 주택청약통장과 청년도약계좌까지 해지해 주식 투자에 5000만원 넘게 돈을 쏟아부은 상황에서 대안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종목만 잘 고르면 하루에도 주가가 5% 이상 오르는 날도 많은데, 이에 비하면 한 달에 원리금 수백만원을 갚는 건 미래를 위한 건전한 투자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9100선을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청년층 사이에서 '빚투(빚내서 투자)' 움직임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 자산과 노동 시장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근로소득만으로는 부를 축적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결과다. 이를 두고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전략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무리한 투자는 치명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높다.

22일 금융권과 학계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08조3339억원으로 지난 4월 말(104조3413억원) 대비 4조원 가까이 늘었다. 지난달 은행권 신용대출 증가액(2조1741억원)이 5년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데 이어 이달에도 폭증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잔액 기준으로는 지난 2023년 8월(104조4171억원) 이후 최대치다.

청년들이 빚투 열풍에 뛰어드는 이유는 근로소득만으로는 자산 형성이 어렵다는 박탈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기업에 다니면서 자취하고 있는 임모씨(29)는 얼마 전 그동안 모은 돈 5000만원과 대출받은 2000만원을 모두 국내 주식에 투자했다. 그는 "월세와 생활비를 제외할 때 100만원도 저축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주식 투자를 하지 않으면 평생 집 한 채 사는 것은 고사하고 결혼 비용조차 마련하기 어려울 것 같아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이번 상승장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는 '포모(FOMO·자기만 소외되는 두려움) 증후군'이 한몫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출을 통한 투자는 시장 변동성에 극도로 취약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상승세가 꺾일 경우 대출금 걱정에 비합리적인 매매에 나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빚을 져서 투자하면 손실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비대해지기 때문에 시장이 흔들릴 때 이성적인 판단을 못 할수 있다"며 "반드시 본인이 감내할 수 있는 자금 범위 안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영끌 투자가 실패할 경우 개인의 파산을 넘어 사회적 부담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깊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투자에 실패했을 경우 소득 대부분을 빚 갚는 데 쓰면서 경제적 자립 능력이 부족한 상태로 살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도 "신용불량자 양산이나 개인회생 혹은 파산 신청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청년 복지를 위한 공공 재정 지출 폭발 등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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