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장 확인합니다" 전화 한 통에… 80대 부부 전 재산 15억 잃을 뻔했다
검찰 사칭해 전 재산 이체 유도…송금 직전 극적 차단
경기북부경찰청 '피싱범죄 예방활동', 400여 명 피해 막아
[파이낸셜뉴스] 평생을 바쳐 모은 전 재산 15억 원을 보이스피싱 조직에 송금하기 직전, 경찰의 신속한 모니터링과 현장 개입이 80대 노부부를 구했다.
22일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80대 A씨에게 동사무소 직원을 사칭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사기범은 "어떤 사람이 선생님이 작성한 위임장을 가져왔는데 진위를 확인하려 한다"고 접근했다. A씨가 위임장을 써준 적이 없다고 답하자, 상대방은 "개인정보가 노출된 것 같다"며 피해자의 불안감을 교묘하게 자극했다.
불안에 빠진 A씨에게 이번에는 금융감독원과 검찰 관계자를 사칭한 범죄 조직원들의 전화가 차례로 걸려 왔다. 이들은 "A씨의 통장이 범죄에 연루되었으며, 이미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압박했다.
범죄 조직은 수사를 핑계로 A씨의 휴대전화에 원격제어가 가능한 악성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유도했다. 악성 앱이 깔린 휴대전화로 대검찰청 사이트에 접속하자, A씨의 이름과 가짜 사건 번호가 버젓이 조회됐다. 실제 수사 절차라고 완벽하게 속은 A씨는 결국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와 계좌 정보를 넘기고 말았다.
사기범들은 "조사를 받기 위해서는 계좌 내 자금이 범죄에 이용되었는지 확인해야 하니 이체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A씨 부부는 평생 모은 15억 원을 단일 계좌로 모아 송금을 준비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송금 직전 현장 들이닥친 경찰… 계좌 정지로 극적 예방
범죄 조직의 치밀한 각본은 경찰의 선제적 모니터링 망에 걸리며 산산조각이 났다. 당시 경기북부경찰청 광역예방순찰대는 악성 앱이 설치돼 악성 사이트 접속 기록이 발생한 휴대전화를 모니터링하던 중 A씨의 피해 정황을 포착하고 즉각 현장으로 경찰관을 급파했다.
출동한 경찰관들이 A씨 자택에 도착했을 때, 15억 원의 자금은 이체되기 직전 상태였다. 경찰은 현장에서 즉시 악성 앱을 삭제하고 해당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조치를 내려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완벽하게 차단했다.
초기에는 범죄 조직의 통제와 세뇌 탓에 출동한 경찰관조차 믿지 못했던 A씨 부부는, 경찰의 끈질긴 설득 끝에 보이스피싱에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피해자 A씨 부부는 "보이스피싱이 우리에게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평생 모은 전 재산이었는데 경찰관분들 덕분에 지키게 되어 정말 고맙고 평생 기억하겠다"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현재 경기북부경찰청 광역예방순찰대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시작점이 주로 악성 앱 설치나 악성 사이트 접속이라는 점에 착안해, 지난 2월 20일부터 '피싱범죄 타깃형 예방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제도를 통해 현재까지 400명 이상의 잠재적 피해자를 만나 선제적으로 범죄를 차단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