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다 죽는다…'검은 수요일' 오나" 마이크론 -13%, 美마저 파랗게 질렸다 [월급쟁이 희노애락]
삼성전자·SK하이닉스 나란히 12%대 급락 외국인·기관 팔고 개인은 8조원 넘게 순매수 직장인 '개미 투자자' 불안 확산
[파이낸셜뉴스] 23일 오후 30대 직장인 A씨는 회의가 끝난 뒤 휴대전화를 다시 확인했다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낙폭을 보고 멈칫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오전만 해도 "조정이면 살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장 마감 무렵 두 종목은 나란히 12%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A씨는 "대형주라 하루에 이 정도로 빠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월급 한 달치가 화면에서 사라지는 느낌이었다"고 토로했다.
국내 증시를 이끌던 반도체 대형주가 하루 만에 크게 흔들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날(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2% 넘게 하락했다. 두 종목 모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외국인과 기관 매물이 쏟아지는 동안 개인투자자는 8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상승장을 놓칠까 매수에 나섰던 직장인 투자자들에게는 대장주도 급락장에서는 예외가 아니라는 불안감을 남겼다.
이 불안감은 서서히 현실로 바뀌었다. 뉴욕 증시의 반도체 종목들이 23일(현지시간) 일제히 폭락했기 때문이다.
메모리 대표 주자 마이크론이 13% 넘게 폭락했고, 대장주 엔비디아는 4% 넘게 급락하는 등 반도체 종목 전반이 폭락세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3일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12.47% 내린 255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 12월 24일 이후 17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삼성전자도 같은 날 12.31% 하락한 31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 하락률 역시 2008년 10월 24일 이후 17년 8개월 만에 가장 컸다.
두 종목은 최근 반도체 랠리의 중심에 있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기대가 이어지면서 직장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가장 익숙한 매수 후보였다. "그래도 삼전", "하이닉스는 더 간다"는 말이 투자 커뮤니티와 직장인 대화에서 반복됐다.
하지만 이날 장세는 달랐다. 장 초반 낙폭을 줄이는 듯했던 주가는 시간이 갈수록 밀렸다. 주가를 계속 볼 수 없는 직장인들은 점심시간과 퇴근 직전 확인한 가격 차이에 더 크게 반응했다.
40대 직장인 B씨는 "오전에는 조금 빠지는 정도로 봤는데 오후에 보니 손실률이 두 자릿수에 가까웠다"며 "일하는 동안 대응을 못 하니까 더 불안했다"고 토로했다.
급락장에서는 수급도 뚜렷하게 갈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4조1691억원, 기관은 4조5490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8조5913억원을 순매수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전기·전자 업종에서도 매매 방향은 엇갈렸다. 외국인은 3조2555억원, 기관은 4조542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7조2452억원을 사들였다.
개인투자자가 매물을 받아낸 배경에는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익숙함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종목이다. 기업 이름을 알고, 업황 이야기를 듣고, 주변 수익 사례를 접한 투자자일수록 급락을 매수 기회로 받아들이기 쉽다.
직장인 C씨는 "모르는 테마주면 안 샀을 텐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라서 더 고민됐다"고 말했다. 그는 "싸졌다고 생각하면 사고 싶고, 외국인이 판다고 하면 겁이 난다"며 "하루 종일 그 생각이 머리에서 안 떠났다"고 했다.
이날 시가총액 순위도 장중 흔들렸다. SK하이닉스는 전날 삼성전자 보통주 시가총액을 넘어섰지만, 23일 장중에는 삼성전자 보통주 시가총액이 다시 앞서는 장면도 있었다. 종가 기준으로는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 1위를 유지했다. 다만 우선주를 포함하면 삼성전자가 여전히 앞섰다.
문제는 하락 폭만이 아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목표주가 상향, 시가총액 1위 경쟁까지 겹치며 관심을 키웠다. 직장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미 오른 종목을 놓친 불안과, 떨어진 종목을 지금 사야 한다는 압박이 동시에 생겼다.
급락장은 이런 심리를 더 세게 흔든다. 손실을 본 투자자는 회복을 기다리고, 현금을 들고 있던 투자자는 매수 타이밍을 고민한다. 그러나 하루 12%대 낙폭은 대형주도 짧은 시간에 계좌를 크게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30대 직장인 D씨는 "월급으로 투자금을 채우는 사람은 한 번 크게 빠지면 회복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대형주라 안전하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안전하다는 말과 변동성이 작다는 말은 다르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 업황 기대가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AI 서버 투자와 메모리 수요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시장의 핵심 변수다. 하지만 주가가 단기간 크게 오른 뒤에는 차익실현 매물이 한꺼번에 나올 수 있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팔고 개인이 받아내는 장세에서는 개인투자자의 판단 부담이 커진다.
A씨는 이날 장 마감 뒤 보유 종목을 다시 확인했다고 했다. 바로 손절하지는 않았지만, 추가 매수도 하지 않았다. 그는 "회사에서는 일해야 하고, 주식은 계속 움직인다"며 "오늘은 돈을 벌 기회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손실이 얼마인지 먼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