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굶지 말라고 준 급식카드인데...술·담배 구매한 부모
[파이낸셜뉴스] 결식아동을 위한 급식카드로 부모가 술·담배를 구매하는 등의 부정 사용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은 보건복지부와 합동으로 벌인 '결식아동 급식카드 운영 실태 조사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급식카드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한부모가정 등 취약계층 아동의 결식을 예방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발급하는 카드다. 현재 약 15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조사 결과 일부 일반마트에서는 급식카드로 술과 담배를 구매할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광역시·도별 표본조사에서는 서울·인천·부산·광주를 제외한 13개 시도에서 술·담배 구매 사례가 드러났다.
부모가 자녀 명의 급식카드를 부정 사용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가 자신의 가게에서 급식카드 충전금을 허위 결제하거나 마트 업주와 공모해 생활용품을 구매한 사례가 확인된 것이다. 식당을 운영하며 급식비 1295만 원을 허위 결제한 사례도 있었다.
급식 취지와 무관한 업종에서의 사용도 이뤄졌다. 정부가 지난해 1~8월 사용내역을 분석한 결과 전체 발급 카드의 약 14%인 2만2000여 장이 식사와 관련성이 낮은 업종에서 1회 이상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카페에서 10억9118만 원, 학원·병원·미용실 등 생활시설에서 약 1억4000만 원, 술집에서 728만 원, PC방·만화방 등 오락시설에서 507만 원이 사용됐다.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심야시간 사용액도 92억 원에 달했다.
급식카드 발급과 자격관리 부실 문제도 드러났다. 일부 지자체는 결식아동 정보를 복지정보통합관리시스템인 '행복e음'에 등록하지 않고 별도 시스템으로만 관리해 가상 사용자 명의 카드 발급이 가능한 구조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시설 입소나 사망, 졸업 등 자격 변동사항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부모가 보호시설에 입소한 자녀의 급식카드를 계속 사용하거나 사망한 아동 명의 카드가 사용된 사례도 확인됐다.
지원금 미사용 문제도 있었다. 지난해 기준 급식카드 충전액 가운데 사용되지 않고 소멸된 금액은 171억 원으로 전체 충전액의 7.8%에 달했다. 충전금액의 10%도 사용하지 않은 아동은 48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정부는 일반마트에도 술·담배 결제 차단 시스템을 확대하고 술집 등 부적정 업종의 가맹점 등록을 제한할 방침이다.
결제제한 시스템 도입이 어려운 소형마트 등에 대해서는 허위 결제와 생활용품 구매 여부 등을 수시로 점검할 계획이다.
술집 등 아동 식사 목적에 맞지 않는 업체는 가맹점 등록이 자동 제한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심야시간 사용 제한도 추진한다.
아울러 행복e음 등록 의무를 명확히 하고 시설 입소, 사망, 졸업 등 자격 변동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다. 장기 미사용 아동에 대한 점검과 잔액 안내 서비스도 강화할 예정이다.
김영수 국조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장은 "급식카드 발급에 비해 사후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도시락·반찬 배달 등 다른 급식지원 방식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수엽 복지부 1차관은 "아동급식카드의 본래 취지에 맞게 부적절한 품목 결제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가맹점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아동들이 이용 가능한 식당이나 잔액을 몰라 지원금이 방치되지 않도록 사용자 맞춤형 안내도 대폭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