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반도체 야구경기와 같아… 대만, 한국에 3회까지 앞섰을 뿐"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반도체협회 'SEMI'
테리 차오 타이완 대표 강조
"韓, 스마트폰·車·조선도 강해
AI시대 핵심 플레이어 될것"

테리 차오 대표 SEMI 타이완 제공
테리 차오 대표 SEMI 타이완 제공

【파이낸셜뉴스 대만 타이베이=정원일 기자】 "대만 반도체의 성공은 하룻밤 사이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40~50년 동안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투자한 결과입니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 협회인 SEMI의 대만 지사를 이끌고 있는 테리 차오(Terry Tsao) SEMI 타이완 대표는 지난 3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이 인공지능(AI) 시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으로 부상한 배경에 대해 "정부와 기업이 서로에게 필요한 물과 물고기 같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강조했다.

■"대만, 50년 전부터 반도체 지원"

차오 대표는 대만 반도체 경쟁력의 출발점으로 정부의 일관된 지원 정책을 꼽았다. 대만 정부가 약 50년 전부터 농업 중심 경제를 과학기술 중심의 산업 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반도체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선정하고 육성해 왔다는 것이다. 이후 대만은 신주과학단지를 조성하고 전력과 용수 등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한편, 공업기술연구원(ITRI)과 대학 연구기관을 집적시켜 '반도체 생태계'를 집중적으로 키웠다.

그는 "산업 발전 과정에서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정부에 전달하면 정부가 정책과 자원으로 지원하는 구조가 형성됐다"며 "신주과학단지 주변에는 칭화대, 양명교통대 등 학교와 주요 연구기관이 모여 있고 반도체 관련 학과와 교육과정도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생산을 위한 필수 자원인 전력·용수 문제에 대해서는 '기업의 자생력'이 해결의 열쇠가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 지원만큼이나 기업 스스로 위기를 돌파하는 능력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대만 반도체 기업들은 물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공정용수를 여러 차례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차오 대표는 "한 방울의 물을 세 번에서 다섯 번까지 재사용하는 수준"이라며 "에너지 절약과 탄소 배출 감축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만은 지진이 많고 자원도 풍부하지 않은 환경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왔다"고 말했다.

■"야구로 치면 3회까지 앞섰을 뿐"

차오 대표는 대만의 '두 가지 행운'으로 풍부한 △이공계 인재풀과 △강한 직업 의식을 들었다. 그는 "대만 사람들은 책임감과 성실함, 주인의식이 강하다"며 "지진 발생 시 직원들이 귀가하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곧바로 사업장으로 달려와 생산설비 상태를 확인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차오 대표는 현재 대만 반도체 산업이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는 수십 년간 축적된 결과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미중 갈등 심화와 AI 산업 성장으로 대만 반도체가 갑자기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사실 대만은 오랫동안 무대 뒤에서 역할을 수행해 왔다"며 "지금의 성과는 40~50년 동안 꾸준히 쌓아온 투자와 노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차오 대표는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경쟁을 단순한 우열 관계로 보는 시각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한국은 메모리뿐 아니라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자동차, 조선 등 다양한 산업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대만이 현재 AI 시대의 수혜를 크게 누리고 있지만 산업 구조와 역사, 문화가 다른 만큼 어느 한 모델이 정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는 야구 경기와 같다. 지금은 대만이 3회까지 앞서가고 있는 상황일 뿐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며 "한국 역시 메모리와 파운드리, 소재·장비 분야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며 앞으로도 세계 반도체 산업의 핵심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one1@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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