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각

[강남視角] 민간에 방치한 매물 정보

파이낸셜뉴스
김병덕 건설부동산부장
김병덕 건설부동산부장

선거를 치르고 나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얘기가 여론조사, 특히 방송 3사 출구조사 무용론이다. 지난 3일 치른 지방선거 역시 다시 한번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됐다. 출구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 전역을 비롯, 11개 시도에서 우세하고 4곳에서 경합하는 것으로 나왔지만 실제로는 접전지역이 속출했고 서울과 경남에서는 결과가 뒤바뀌기도 했다. 이겨도 이긴 것처럼 안 느껴지고, 져도 진 게 아닌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샤이 응답자'와 사전투표 증가가 출구조사와 실제 투표 결과의 괴리를 불러왔다고 해석됐다. 하지만 뒤늦게 서울·대구·울산·충북 4개 지역에서 사전투표자 예측 데이터가 누락된 채 당일 출구조사 결과만 반영된 것이 확인됐다. 출구조사와 실제투표 결과가 달랐던 결정적인 이유로 지목됐다.

여론조사만큼 데이터에 민감한 분야가 부동산 시장이다. 매주 발표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비롯해 부동산심리지수, 미분양주택 현황, 주택 인허가·착공·분양·준공 실적, 청약통장 가입 현황,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 KB주택가격동향조사,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HBSI), 아파트 입주전망지수 등 주택시장과 관련된 정기적인 데이터 발표만 어림잡아 30개가 넘는다. 특히 국토교통부의 아파트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은 일반인, 업계 관계자 할 것 없이 기본적으로 찾아보는 데이터 허브가 됐다. 국내 대표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중개플랫폼 직방과 다방,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 플랫폼 호갱노노와 아실 등이 모두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이쯤이면 주택시장 관련 정보는 모두 데이터화된 것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 있다. 바로 매물 정보다. 어느 지역, 어느 아파트에 매물이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집을 구하려는 수요자들이 매물을 확인하는 주요 루트는 네이버나 아실이다. 특히 네이버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를 통해 허위매물 여부를 검증받는다. 아실은 네이버에 올라온 매물을 기반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허위매물은 제대로 검증되지 않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가 무려 1300건을 시세보다 훨씬 싸게 올린 것이 서울시·국토부 조사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생활숙박시설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올려놓은 인터넷 광고도 315건이 적발됐다.

더 큰 문제는 주택시장의 흐름을 판단할 핵심 기준인 매물 증감을 민간업체의 데이터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아파트 매물통계를 공개하는 대표적인 민간업체는 아실이다. 이 플랫폼에서는 시도, 시·군·구별 매물 통계를 매일 업데이트한다. 매매, 전세, 월세까지 일별로 제공하다 보니 기자들은 매일 이 플랫폼을 들여다보며 기사 작성에 참고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발표로 서울 아파트 매물이 늘었을 때도, 실제 시행 전후로 매물이 줄었을 때도 기초 데이터는 이 플랫폼에서 나왔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의 증감도 마찬가지였다.

최근에는 빌라 매물정보 플랫폼도 주목을 받았다. 재개발닷컴이라는 플랫폼인데 수도권과 부산의 매물정보를 제공한다. 물론 참고용일 뿐 개별 정보는 중개 플랫폼이나 공인중개사를 통해 확인하라고 공지하고 있지만 한두번 인용되기 시작하면 결국에는 무게감이 실릴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지난 2021년 아실 데이터를 인용해 작성한 전세매물 부족 기사에 대해 '민간업체에서 제공하는 매물 데이터는 거래상황 전체를 대변할 수 없다며 시장상황 판단에 유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민간 플랫폼의 매물 데이터는 말 그대로 대세가 됐다. 국토부 말대로 매물 데이터는 시장 상황 판단에 주요하다. 이쯤이면 정부가 나서서 매물 데이터를 직접 관리하거나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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