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 "AI로 확보한 시간, 부가가치 창출에 활용할 때"
현대차그룹, 전 사업 영역에서 AI 역량 강조
[파이낸셜뉴스] "이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업무 효율화를 이뤄내고, 그로 인해 확보한 시간을 고객을 케어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활용해야 할 때다."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가 최근 임직원 대상 'AI 부트캠프 1기'를 진행하면서 한 말이다. AI를 단순 반복 업무를 줄이는 도구로만 보지 않고, 물류·해운·중고차 유통 등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임직원 대상 'AI 부트캠프 1기'를 진행했다. AI 부트캠프는 임직원이 AI 에이전트 툴과 코딩 에이전트 툴 등을 활용해 실제 업무 개선 과제를 수행하도록 돕는 사내 교육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6주간 실습을 거쳐 데이터 분석, 업무 프로세스 개선, 포털 구축 등 현업에서 활용 가능한 결과물을 도출했다. 임직원들이 직접 AI 에이전트와 코딩 도구를 활용해 현업 과제를 해결하는 'AI 부트캠프'를 운영하며 조직 내 AI 내재화를 추진했다.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로보틱스, 스마트팩토리,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등 전 사업 영역에서 AI 역량을 강조하는 흐름과 맞물려 현대글로비스도 물류 현장 중심의 AI 전환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대표 사례는 자동차운반선 사업부문에서 나왔다. 참가자는 자연어로 요구사항을 입력하면 AI가 코드를 구현하는 '바이브 코딩' 방식으로 운항 업무 포털을 구축했다. 기존에는 항로, 항만 시설 정보, 하역비용, 운항 실무 자료 등을 각각의 데이터베이스에서 따로 검색해야 했다. 새 포털을 활용하면 항만 정보 상세 조회, 하역비 산출, 운항 실무서 열람 등을 한곳에서 처리할 수 있다.
이는 현대글로비스의 해운 사업 확대와도 맞물린다. 현대글로비스는 자동차운반선 선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완성차 해상 운송 물량 증가에 대응해 운항 효율화가 중요해지고 있다. 선박 수와 운항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담당자의 정보 탐색과 판단 부담은 커진다. AI 기반 통합 포털은 이런 복잡도를 낮추고 운항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중고차 사업부문에서도 AI 활용 가능성이 확인됐다. 참가자는 고객 맞춤형 차량 추천 체계를 만들었다. 고객의 예산과 선호 차종뿐 아니라 브랜드, 디자인, 실용성, 주행감, 친환경 요소 등 성향을 파악해 적합한 차량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가성비와 브랜드 중 무엇을 더 중시하는지', '남들이 알아보는 성공과 스스로 느끼는 행복 중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등 질문을 세분화해 고객의 니즈를 정교하게 분석하도록 했다.
현대글로비스가 운영하는 중고차 플랫폼 오토벨과 결합할 경우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 중고차 거래는 차량 상태, 가격, 브랜드 선호, 구매 목적 등 고려 요소가 많아 고객의 탐색 비용이 큰 분야다. AI 추천 체계가 고도화되면 고객은 적합한 차량을 더 빠르게 찾을 수 있고, 회사는 상담·추천·거래 전환 과정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AI 전환은 현대차그룹 차원의 AI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와 AI 기반 모빌리티 솔루션 강화를 추진하며 차세대 AI칩 기반 AI 팩토리,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로보틱스 분야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또 CES 2026에서는 하드웨어 중심 로봇을 넘어 고도화된 AI 기술을 활용한 '인간 중심 AI 로보틱스' 생태계 전략을 제시했다. 그룹 차원에서 AI가 차량 개발과 제조, 물류, 서비스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계열사들의 업무 혁신도 빨라지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사내 전용 생성형 AI 서비스 'MoAI'를 통해 문서·이미지·매뉴얼 검색과 분석 리포트 생성을 지원하고 있다[ref:11]. 현대오토에버도 생성형 AI 기반 대화형 서비스로 업무 혁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AI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 분석과 상품 기획 프로세스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제조 현장에서는 설비 데이터와 운영 정보를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와 연계하는 플랫폼 구축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그룹 차원의 AI 확산은 현대글로비스에 특히 중요하다. 현대글로비스는 완성차 물류, 부품 물류, 해운, 중고차, 스마트 물류 솔루션 등 그룹 밸류체인의 여러 접점에 위치해 있다. 자율주행차와 SDV, 로보틱스, 스마트팩토리의 확산은 결국 물류 운영 방식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생산 현장에서 생성되는 데이터, 차량 운송 데이터, 항만·선박 운항 데이터, 고객 거래 데이터가 연결될수록 물류 회사의 AI 활용 능력은 비용 절감뿐 아니라 서비스 품질을 좌우하는 경쟁력이 된다.
스마트 물류 솔루션 영역에서도 AI의 역할은 확대되고 있다. 입고, 보관, 분류, 출고 등 물류 전 과정에 자동화와 데이터 분석을 결합하면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특히 AI가 수요 예측, 재고 배치, 운송 경로 최적화, 장비 운영 효율화에 활용되면 물류센터와 운송망 전반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로보틱스와 피지컬 AI를 강조하는 만큼, 향후 현대글로비스의 물류센터에도 AI 기반 로봇과 자동화 설비 적용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앞서 지난 4월 'AX 인사이트와 바이브 코딩'을 주제로 각 사업부 임원과 리더들이 참여한 특강도 진행했다. 특강에서는 생성형 AI의 개념과 역할에 대한 강의와 함께 챗GPT, 클로드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 웹사이트 생성, 코딩 실습 등이 이뤄졌다. 경영진이 먼저 AI 도구를 체험하고 활용 가능성을 확인해 조직 전반의 확산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AI 내재화의 핵심으로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를 꼽았다. 그는 "AI 내재화를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들이 AI 활용의 필요성을 느끼고 스스로 참여해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도 "현재 AI 부트캠프 2기가 진행 중이며 우수 사례를 실제 업무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 기업의 AI 경쟁력은 솔루션 도입 자체보다 현업 데이터와 업무 노하우를 얼마나 빠르게 AI 체계에 녹여내느냐에 달려 있다"며 "현대글로비스의 AI 부트캠프는 내부 인력이 직접 문제를 정의하고 개선안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현장 적용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