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수익은 '단일화' 규제는 '법제화'… 4.7억명 품은 AENA의 '성공 방정식'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46개 공항 단일 수익 계정으로 통합
'규모의 경제' 및 비용 효율성 실현
5년 주기 규제 '도라' 정치 개입 차단

안헬 산스(Angel Sanz) AENA 전략 및 공공정책 부문 총괄 이사가 지난 25일 스페인 마드리드 바하라스 공항에서 AENA의 성공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제공
안헬 산스(Angel Sanz) AENA 전략 및 공공정책 부문 총괄 이사가 지난 25일 스페인 마드리드 바하라스 공항에서 AENA의 성공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제공

마드리드(스페인)=김동호 기자】스페인의 AENA(아에나)가 여객 수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공항 운영사로 자리매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아에나는 스페인 내 46개 공항과 해외 35개 공항을 단일 네트워크 모델로 통합 관리하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특히 2015년 민간 자본 도입과 5년 주기의 공항관리계획 '도라(DORA)'를 통해 경영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확보한 것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스페인 마드리드 바하라스 공항에서 지난 25일(현지시간) 만난 안헬 산스(Angel Sanz) AENA 전략 및 공공정책 부문 총괄 이사는 "AENA는 지난해 그룹 전체 기준 총 4억7600만명의 여객을 처리하고 21억유로의 순이익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의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스페인에서, AENA는 자국 입국객의 약 82%를 처리하며 국가 경제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다.

아에나의 가장 큰 특징은 개별 공항 단위의 분리된 수익 계정 없이 통합된 단일 수익 계정으로 전국 공항을 관리한다는 점이다. 대형 허브 공항부터 소규모 지방 공항까지 중앙화된 기업 서비스를 통해 동일한 품질과 안전 수준을 제공받는다.

이러한 통합 관리는 전사적 기능의 일괄 수행과 막대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승객 1인당 운영비(OPEX)를 낮추는 효율성을 창출했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지방 공항의 경우, 허브 공항과의 무리한 노선 끼워팔기 대신 '노선·공항별 차등형 유치 인센티브(Route Incentive)'를 통해 항공사의 자발적 취항을 유도한다. 또한 지자체 등의 마케팅 펀드에 직접 출자하는 대신 수요 예측 등 핵심 '데이터'를 제공하고, 관광 당국과 공동 비즈니스 케이스를 마련해 항공사를 설득한다.

일례로 영국행 노선이 전무했던 소규모 지방 공항인 헤레스(Jerez) 공항은 이 같은 맞춤형 인센티브와 공동 홍보가 결합돼 성공적으로 트래픽을 유치했다.

안정적인 성장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은 5년 주기로 정부가 승인하는 규제 문서인 도라(DORA)다.

도라는 향후 5년간의 공항 요금, 인프라 투자 규모, 서비스 품질 수준을 확고한 미시경제적 원칙에 입각해 법제화해 자의적인 해석이나 정치적 개입을 철저히 차단한다.

2022년부터 2026까지 적용되는 'DORA 2' 기간 동안 아에나는 공항 이용료를 동결하는 대신 최대 22억5000만유로의 투자를 집행 중이다. 아에나는 2015년 대비 55% 급증한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다음 기간인 'DORA 3'에는 약 130억유로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정부에 제안한 상태다.

과거 '말라가 계획(Plan Malaga)'을 통한 선제적 투자로 제2 활주로와 신규 터미널을 확충해 현재 연간 2800만명을 수용하는 스페인 4대 핵심 공항으로 도약한 말라가 공항의 사례는 적기 투자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바하라스 공항에 비행기들이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항기자단 제공
지난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바하라스 공항에 비행기들이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항기자단 제공

지배구조 개편 역시 아에나의 질적 성장을 이끌었다. 2015년 스페인 정부는 소유권 51%를 유지한 채 지분 49%를 민간에 매각하며 기업을 증시에 상장시켰다. 민간 자본의 참여는 경영의 엄격함과 투명성을 높였으며, 상장 당시 주당 0.58유로였던 주가는 최근 26.56유로까지 상승해 시가총액 약 400억유로의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와 함께 면세점, 식음료, 렌터카 등 상업 및 부동산 부문이 스페인 내 전체 수익의 33%를 차지하며 높은 수익성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상업시설 입찰 시 전국 공항을 단순 일괄 발주하는 대신, 사안과 권역별 특성에 맞춰 '롯(Lot)'을 유연하게 묶는 방식을 적용한다.

실제 2023년 대규모 글로벌 면세점 입찰 당시 21개 공항을 안달루시아, 카나리아 등 6개 롯으로 세분화해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이 같은 맞춤형 전략으로 2025년 상업 부문 매출은 20억유로를 돌파하며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이 밖에도 스타트업과 협력하는 '아에나 벤처스'를 통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고 있으며, 승객당 87센트의 수수료만으로 거동 불편 승객(PRM) 지원 서비스를 전 공항에 동일하게 제공하는 등 서비스 고도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산스 총괄 이사는 "민간 자본 도입이 가져온 경영의 엄격함과 투명성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압도적인 경제적 성과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한국 공항 산업 역시 여러 해외 성공 케이스의 장점을 취합해 현지 상황에 맞는 성공적인 통합 모델을 만들어 내는 도전에 나서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항으로 꼽히는 스페인 마드리드 바하라스 공항을 찾은 여행객들이 분주히 걸음을 옮기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제공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항으로 꼽히는 스페인 마드리드 바하라스 공항을 찾은 여행객들이 분주히 걸음을 옮기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제공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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