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아, 이번에는 돈 딸 수 있었는데"…내 투자는 왜 도박처럼 변했나 [투자냐 도박이냐①]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밥보다 호가창 먼저…주식 앱 켜는 직장인들]
회의 전후·점심시간·퇴근길에 반복되는 장중 매매
모바일 거래 확산 속 급등주 추격·잦은 매매 우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

월급은 회사에서 벌지만, 마음은 주식 장중 호가창에 붙잡힌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점심시간 5분, 회의 전후의 짧은 확인, 퇴근길 매매가 반복되면서 투자 판단도 짧아지고 있다. 직장인 투자자 일상에 파고든 단기 매매 문화를 짚어본다.<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점심 먹으러 나가기 전 5분 보고 샀는데, 오후 회의 끝나고 보니 주가가 이미 빠져 있더라고요."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점심시간에 주식 애플리케이션(앱)을 켰다가 급등주를 샀다. 오전 장에서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인 종목이었다. A씨는 "회사에서 계속 볼 수 없으니 잠깐 보고 들어간 건데, 매수하고 나니 일이 손에 안 잡혔다"고 털어놨다.

직장인 투자자들의 매매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 장이 열리는 시간은 근무시간과 겹치고, 앱은 실시간으로 급등락을 알린다. 회의 전후, 점심시간, 퇴근길에 급등주와 테마주를 사고파는 일이 반복되면서 투자 판단은 기업의 장기 가치보다 당장의 수익률과 호가창에 가까워지고 있다.

업무시간에 켜지는 주식 앱

직장인 투자자에게 장중 매매 시간은 제한적이다. 오전 회의 전, 점심시간, 화장실에 다녀오는 시간, 퇴근길 지하철 안이 매매 창구가 된다.

40대 직장인 B씨는 "예전에는 퇴근하고 종가만 봤는데 최근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에도 주가가 크게 움직이다 보니 안 보면 나만 놓치는 것 같다"며 "점심시간에도 밥보다 호가창을 먼저 볼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주가 분석 확인 시간이 짧으면 판단도 짧아지기 쉽다. 기업 실적이나 업황보다 '지금 오르는지', '누가 샀는지', '게시판 반응이 어떤지'를 먼저 보게 된다. 급등주를 따라 산 뒤 주가가 내려가면 다른 종목으로 옮겨가는 식의 매매도 반복된다.

모바일 거래는 이런 매매를 더 쉽게 만든다. 휴대전화만 있으면 업무 중에도 시장을 확인하고 주문을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22년 2월 '주식시장 개인투자자의 모바일 거래' 보고서에서 2020년 3월부터 10월까지 국내 개인투자자 13만4000명의 거래내역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모바일 투자자가 다른 거래매체 이용자보다 거래회전율과 일중거래 비중이 높고, 주가가 급등한 주식을 매수하는 경향이 강했다고 분석했다.

불장 뒤에 붙은 빚투

최근 증시는 사상 최고권과 급락장을 오가고 있다. 상승장에서 짧게 수익을 낸 경험은 매매 횟수를 늘리고, 급락장에서는 손실을 만회하려는 거래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2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19.09포인트 내린 8411.21에 거래를 마쳤다. 하락률은 5.81%였다. 장중에는 낙폭이 8%를 넘으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삼성전자는 5.30% 내린 33만9500원, SK하이닉스는 8.36% 내린 267만3000원에 마감했다.

앞서 코스피는 22일 9114.55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며칠 사이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면서 개인투자자는 더 빠른 판단을 요구받고 있다.

빚을 내 투자하는 규모도 커졌다. 신용거래는 상승장에서는 수익을 키우는 수단처럼 보이지만, 하락장에서는 반대매매와 상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 집계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전장보다 5392억원 늘어난 38조6328억원이었다. 지난 19일 38조4786억원을 넘어 다시 역대 최고치를 쓴 수치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이다. 주가가 오르면 수익을 키울 수 있지만, 하락하면 손실도 커진다. 담보 비율이 부족해지면 반대매매가 발생할 수 있다.

직장인 C씨는 "내 돈만 넣었으면 기다렸을 텐데 신용을 쓰니 하루하루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장중에 문자가 오면 심장이 내려앉는다"고 했다.

AI로 생성한 인포그래픽
AI로 생성한 인포그래픽

당장 수익 아닌 장기적인 수익률 고민해야

단기 매매가 반복될수록 투자자는 손실을 인정하기 어려워진다. 손실을 확정하지 못한 채 더 큰 수익률을 기대하는 종목을 찾고, 짧은 시간 안에 만회하려는 매매가 이어진다. 한두 차례 단기 수익을 경험한 투자자는 다음 거래에서도 같은 판단이 통할 것이라고 믿기 쉽다.

잦은 거래가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매매 횟수가 늘수록 수수료와 세금 부담도 커지고, 매수와 매도 판단도 더 자주 흔들릴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연구보고서 '국내 개인투자자의 행태적 편의와 거래행태'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19 국면 국내 개인투자자의 거래회전율은 연 1600%에 달했다. 하지만 투자수익률은 주가지수 수익률에 미치지 못했다.

보고서는 직전 시점의 시장수익률이 높을수록 개인투자자의 거래량이 늘고, 거래빈도가 높은 투자자 유형에서 이런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모바일 거래 환경과 관련해서도 "단기적인 수익률 추세보다는 장기적인 수익률 전망"에 초점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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