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편과 재결합" 망상…골프장 위장·잠복해 캐디 살인한 50대
(창원=뉴스1) 강정태 기자 = 지난해 9월 5일 오전 10시 35분쯤 경남 거제시 한 골프장. 제초작업복을 입은 50대 남성 A 씨가 카트에서 손님들의 골프채를 정리하고 있던 50대 여성 캐디 B 씨의 뒤쪽으로 다가왔다. A 씨는 장화에서 흉기를 꺼내 들더니 B 씨에게 무참히 휘둘렀다.
B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A 씨는 범행 후 현장에서 자해했다. 중상을 입었으나 병원에서 치료받아 목숨은 건졌다.
경찰이 신원을 확인한 결과 둘은 과거 사실혼 관계였다. A·B 씨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A 씨는 2008년 지인의 소개로 B 씨를 처음 만나 이듬해부터 동거하며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
A 씨는 B 씨 명의로 여행사를 운영하다 2020년 코로나19로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사실상 폐업하게 됐다. 이후 조선소에서 일용직 노동을 했지만 이마저도 그만두고 술로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삶이 어려워지자 B 씨는 2021년 주거지 인근 골프장에 캐디로 취업한 뒤 매일 오전 5시부터 늦은 밤까지 일하며 사실상 생계를 책임지게 됐다.
그러다 무직인 A 씨의 잦은 술 심부름, 무리한 금전 요구, 폭언과 협박으로 A·B 씨의 사이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수년간 경제적인 착취가 이어지고 A 씨에게 폭행까지 당하자 참다못한 B 씨는 지난해 7월 결국 A 씨를 떠났고, 생활비 지급도 중단했다.
경제적 지원이 끊기자 분노한 A 씨는 B 씨가 전남편과 재결합하려고 떠났다는 망상에 빠졌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B 씨에게 돌리면서 자신의 분노를 정당화한 A 씨는 복수하기로 마음먹고 살인 계획을 세웠다.
A 씨는 B 씨가 일하는 골프장에서 캐디에게 감사 편지를 쓰고 싶은 손님인 척 가장하며 B 씨가 몰고 다니는 카트 번호를 알아내고, 제초작업자로 위장하기 위한 의류를 구매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본격적으로 범행에 나선 그는 제초작업자인 것처럼 위장해 골프장에서 잠복하다 사흘째 되던 날 B 씨를 발견하고 기회를 엿보다 기습적으로 다가가 흉기를 휘둘렀다.
법원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지난해 11월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5년간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아무런 정당한 이유 없이 약 16년 동안 사실혼 관계에 있었던 피해자의 생명을 계획적인 방법으로 무참하게 빼앗았다"며 "피해회복을 위한 아무런 노력을 하고 있지 않은 점,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다수의 형사처벌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1심 선고형이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달 27일 원심판결이 타당하다고 보고 항소를 기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