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처용문화제' 4년 만에 부활… 종교 논란 종식은 과제
지역 문화·예술계 등 시민들 환영
시장 교체 무관·일관성 유지 필요
일각 독립 조직위·재단 설립 제안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의 대표 축제가 4년 만에 다시 '처용문화제'로 전환된다. 김상욱 울산시장 당선인 체제의 민선 9기 인수위원회는 올해 10월로 예정된 '울산공업축제'를 과도기로 치르고, 내년부터 처용문화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28일 울산시에 따르면 김 당선인은 최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전환을 지시했다. 그는 "처용문화제라고 콘텐츠가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며 "전통문화를 활용해 시민이 적극 참여하는 시민주도형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당선인은 기존 공업축제를 개발 논리에 머문 관 주도 행사로 평가했다. 예산에 비해 관광객 유입이나 문화 활성화 효과가 낮고, 시민을 손님처럼 만들어 경품을 나눠주는 방식은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역 문화·예술계는 환영했다. 울산 민예총(사단법인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은 "처용은 반구대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와 더불어 울산의 문화도시 브랜드를 구축할 핵심 자산"이라며 "타 지역이 처용 콘텐츠를 활용하는 사례가 느는 가운데 문화적 원형을 지키지 못하면 도시 정체성과 브랜드 주도권이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축제 주관 부서를 문화관광체육국으로 일원화했다. 다만 처용문화제의 해묵은 논란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처용문화제는 1967년 울산공업축제로 시작됐다. 이후 공해 문제가 대두되자 이미지 쇄신을 위해 1995년 처용문화제로 명칭이 바뀌었고, 2023년 중단될 때까지 운영됐다. 이 기간 종교·학술·콘텐츠 분야에서 논란이 반복됐다.
종교계는 처용 설화가 아내의 부정을 용인한 내용이라며 비윤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무속 신앙을 기리는 행사에 예산을 대는 것은 종교 편향이라는 입장이다. '울산시기독교연합회' 등 4개 단체가 예산 지원 조례 폐지를 요구했고, 처용문화제 예산은 2023년 당초예산안이 3억원대까지 줄기도 했다.
학술적으로는 해석이 엇갈린다. 일부는 설화를 불륜의 서사로 규정한 반면, 다른 쪽에선 역신을 질병의 상징으로, 처용의 가무를 경고의 행위로 봤다. 이런 가운데 유네스코는 2009년 9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제4차 무형유산보호 정부간위원회에서 '처용무'를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올렸다.
콘텐츠 측면에서는 처용무 시연 외에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처용월드뮤직' 등으로 변화를 꾀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민선 8기 김두겸 시장은 2023년 처용문화제를 폐지하고 울산공업축제를 35년 만에 부활시켰다. 울산의 정체성을 제조업 기반 산업도시로 규정하고, 기업 상징물을 앞세운 거리 퍼레이드를 메인 행사로 삼았다.
재개를 명칭 변경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과제가 남는다. 먼저 성격과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국내 다수 축제는 농어촌에서 관광객을 유치해 수익을 내려 하지만, 대도시 축제는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와 여가에 초점을 둔다.
정치적 일관성도 과제다. 민선 7기 처용문화제 → 8기 공업축제 → 9기 처용문화제로 오가는 과정에서, 시장 교체와 무관하게 운영될 독립 조직위원회나 재단 설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교적 합의도 남은 과제다. 처용을 무속적 인물이 아닌 다문화 포용과 방역의 상징으로 재해석하거나, 역사적 인물로 재조명하자는 의견이 제시된다. 학술 연구도 문학·종교적 관점을 넘어 울산의 지리적·역사적 관점으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콘텐츠 측면에서는 처용무를 현대적 댄스, 음악, 미디어아트와 결합하자는 제언이 나온다. 천년 전 등장한 처용은 아카데미상을 받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기원으로 볼 수 있다. 예술로 초자연적 존재를 물리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신라의 국제 무역항이자 실크로드 종착지였던 역사성과 연계해, 아라비아·페르시아·당나라 상인의 문화를 재현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울산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ulsan@fn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