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외신을 맹신하는 '韓 외교 사대주의'
외국언론·전문가, 자국중심 보도
우리 입장·상황·국익 관심 없어
정작 중요한 문제는 놓치기 일쑤
주변 4강 둘러싸인 주권국가로
외교적 소임 다하기 위해서는
'知性 사대주의'에서 벗어나야
우리의 외교 문제 분석에서 가장 큰 결함은 외국 언론과 전문가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향에 있다. 우리에게 유의미한 점을 우리의 입장에서 발굴해야 하는데 말이다. 이유는 그네들이 세계적인 외국 언론이고, 저명한 학자이기 때문이라 한다. 그들에겐 유의미한 점이 우리와는 별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그들에게 별 의미 없지만 우리에게 유의미한 내용을 주장하면 주류에서 벗어난 '설(說)'로 왕왕 치부한다. 그래서 우리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그네들의 견해와 시각을 가감 없이, 여과 없이 마치 우리에게도 의미가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수용하는 사대적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외국 언론인과 전문가들은 당연히 자국과 상관있고 유의미한 점에만 관심이 있다. 우리가 처한 상황과 당면한 과제가 그네들과 엄연히 다른데도 우리는 그들의 분석 관점과 틀에서 우리의 외교를 보려 한다.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도 그들이 재단한 승패 스토리를 우리는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우리네 지도자가 아니라 별 의미도 없는데도 말이다. 뉴욕타임스, CNN이 자국 대통령을 폄훼하는 데 혈안이 된 속성이 강해도 우리는 수용한다.
중국 인사의 트럼프 영접 스토리도 마찬가지다. 중국 외교부장이 영접하는 것이 전통이지만 이번엔 중국공산당 서열 8위 한정을 이례적으로 파견했다. 이런 역사를 간과한 뉴욕타임스는 그에게 의사결정권이 없다며 중국의 홀대로 비판했다. 그것도 2014년 오바마 대통령을 영접한 외교부장 겸 외교 국무위원 양제츠의 사례에 빗대어서 말이다. 그 역시 의사결정권이 없을뿐더러 당서열은 한정보다 낮다. 뉴욕타임스의 무지를 우리 언론, 전문가도 가감 없이 수용했다.
5월의 중러, 6월의 북중 정상회담도 마찬가지다. 한반도, 북핵, 한국이 언급되지 않은 단순한 이유로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이들 회담에서 사상 처음으로 언급된 유의미한 발언이 많았는데도 말이다. 작년 9월 베이징에서 김정은은 홍콩, 신장, 티베트, 대만 등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한다고 사상 처음 밝혔다. 같은 달 최선희 북한 외무상도 중국에서 하나의 중국 외교원칙 지지와 대만 문제의 외부간섭 반대 입장을 사상 처음 공개했다. 10월의 리창 총리와 올 4월 왕이 외교부장과의 평양 회담에서도 김정은이 이를 재확인했다. 과거 북중 정상과 고위급 회담의 의제는 제한적이었다. 각국의 성과, 양국의 공동 현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문제 등에 집중했다. 이를 초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만 유사시에 북한의 간여, 관여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또한 북중 정상은 처음으로 자매도시 간의 협력을 강조했다. 북한 군함 구축사업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조선소가 경제특구가 아닌 지방에 있다. 지난 2월 9차 노동당 대회에서 해군력 강화를 국책사업으로 채택했다. 게다가 북중러 3국이 작년 9월에 공동 군사훈련에 합의한 상황에서 급선무다. 육상훈련은 불가능하다. 외국군의 자국 영토 진입을 불허하는 사회주의 전통 때문이다. 중러 육상 군사훈련이 중앙아시아 등 제3국에서 진행되는 이유다. 따라서 북중러의 군사훈련은 해상에서만 가능하다. 북한 해군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아직은 시기상조다. 양국 정상은 아시아의 발전과 평화에 공동대응하는 데도 합의했다. 북중 협력의 지리적 범위가 한반도를 초월한 순간이다.
중러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사상 처음 밝힌 양국의 입장을 우리는 무시했다. 중장거리 미사일 배치, 미국과 동맹국의 핵 공유 반대 입장을 처음 전했다. 특히 이들의 핵 반격 능력뿐 아니라 확장 억제력, 핵 공유, 핵방어시스템(킬체인) 강화 반대를 처음으로 명시했다. 우리의 2024년 한미 워싱턴 선언, 개발 중인 킬체인, 논의 중인 핵추진잠수함 건조 등이 중러의 반대 사안에 해당한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6월 19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의 핵잠수함 추진을 엄중히 경고했다. 핵확산과 충돌 가능성을 촉발하는 원흉으로 보는 인식을 표출했다.
우리가 외신과 외국 전문가의 견해와 관점에 함몰될 때 정작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유의미한 점을 적지 않게 놓친다. 그네들은 자국 중심의 사고에서 의미를 찾는다. 우리의 입장, 상황, 국익은 뒷전이다. 주변 4강에 둘러싸인 주권 국가로서 외교적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입장과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는 함량을 충분히 이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성(知性) 사대주의에서 벗어나는 노력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하겠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