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포럼] 부메랑이 된 노란봉투법

파이낸셜뉴스
김태은 법무법인 비트 대표변호사
김태은 법무법인 비트 대표변호사

지난 3월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후 100여일이 지났다.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법 개정 취지와는 달리 산업 현장은 전례 없는 불확실성의 폭풍우를 맞이하고 있다. 하청노조의 동시다발적 교섭 요구가 빗발치며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혼란이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특히 문제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가늠하는 기준인 '실질적 지배력'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점이다. 원청 경영진은 자신들이 법적 교섭 의무를 지는 주체인지조차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성과급 분배와 같은 무리한 요구까지 마주하고 있다. 현행법상 원청의 단체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로 간주되어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기에 하청노조의 거센 요구를 무작정 외면하기도 어렵다. 결국 개정법이 하청노조에는 강력한 압박 수단을 부여했지만 원청기업에는 예측이 어려운 사법 리스크를 지운 셈이 됐다.

이러한 상황은 예상 밖의 곳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혹시라도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하는 근거가 될까 우려한 원청은 하청과의 상시적 소통이나 현장 안전을 위한 일상적 기술협력마저 주저한다. 이는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와도 정면으로 상충한다. 아예 강성 노조가 있는 하청과의 거래를 단절하거나 하청 외주를 축소하려는 움직임까지 감지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폐해가 단순히 원청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중소 하청업체와 소속 노동자에게도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청 사측 입장에서는 자사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자니 원청과의 거래단절이 두렵고, 원청의 눈치만 살피자니 내부 노사갈등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길이 막막하다. 노동자 보호를 표방한 개정법이 역설적으로 중소기업의 폐업과 하청 노동자의 연쇄 실직을 부르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노동 위험을 외주화하며 책임을 회피하려 했던 일부 원청의 행태를 옹호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감당 불가능한 사법 리스크가 산업 생태계 전체를 상시적 위기로 내몰고 있다면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제도 시행 과정에서 드러난 맹점들을 면밀히 점검해 조속히 보완해야 한다.

보완책으로는 우선 사용자성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핵심 근로조건에 대한 직접적·구체적 결정권 행사 여부나 채용·해고·임금 결정에 대한 실질적 관여 여부와 같이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교섭 거부에 대해 형사처벌을 무조건 앞세우기보다는 행정적 구제 제도나 조정 기능을 우선 활용하는 유연함도 필요하다. 아울러 수많은 하청노조의 동시다발적 교섭 요구로 인한 대혼란을 막기 위해 교섭의 절차와 범위를 체계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절차적 장치도 입법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복잡한 노동시장의 격차 해소를 형벌의 위협이나 거친 규제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개정법이 촉발한 혼돈을 넘어 양극화된 노동시장을 정상화해 나가기 위해서는 신속히 보완입법에 나서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노사정이 서로를 공존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누구든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룰을 만들어 나가는 상생의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김태은 법무법인 비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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