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호남 유치 논란 가열, 입지보다 중요한 건 없어
李 대통령 주재 보고회 29일 개최
기업에 최종 선정권 주고 투명하게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 보고회'가 29일 열린다. 삼성전자는 이 자리에서 1000조원 넘는 투자계획을 밝힐 것이라고 한다. 특히 호남 지역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일단 호남을 반도체 투자처로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 핵심은 반도체 투자의 호남 편중이다. 이 문제에 대한 야당의 비판이 거세지자 이 대통령은 28일 SNS를 통해 "정부의 용수, 전력, 용지, 인프라 등 기업환경 조성과 공직자들의 설득·요청에 따라 최고경영자(CEO)들이 회사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해 결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정치적 의도로 호남 지역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여건을 갖추고 있고 기업을 설득해 입지를 호남으로 정했다는 뜻이다. 정부가 삼성전자 측에 호남에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요청했고, 그러면서 환경과 여건이 훌륭하다고 설명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 국민의힘은 외압이자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반도체 단지 조성에 정치적 입김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밝혀왔다. 이 대통령은 그것을 행정지도나 행정 조성이라고 표현했지만, 어쨌든 정치권이나 정부가 관여한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나 정치권이 행정적으로 산업단지 조성과 기업 유치에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를 정치적 개입으로 볼 것인지 선을 명확히 긋기는 어렵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개입과 지도의 중간쯤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행정지도라고 하더라도 그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던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반도체 호남 투자가 알려진 것은 6·3 지방선거 이후로 불과 한달이 채 되지 않는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트 호남 이전 주장이 나온 것도 올해 초다. 그렇다면 그사이에 삼성전자 등의 제3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관한 논의가 나왔을 것이고 여기에 정부가 관여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수도권에서 떨어진 호남과 영남은 다 같은 균형발전 대상지역이다. 정치적으로 갈라져 있는 두 지역이기에 입지 선정의 후폭풍은 클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결정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할 것이 아니라 중앙·지방정부와 기업의 3자가 공개적 논의를 거쳤어야 했다. 그렇지 않고 느닷없이 호남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하니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업의 공장 입지 선정에 있어 최우선의 조건은 무엇보다 여건과 환경이다. 그다음은 정부가 추진하는 균형발전이다. 아무리 지역 발전이 중요하다고 해도 여건이 좋지 못하면 공장을 지을 수 없다. 정부가 호남 지역을 입지로 정한 것은 여건이 좋고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기 때문일 것이다. 호남은 영남에 비해 산업단지가 적어 같은 여건이라면 반도체 클러스터를 지을 명분은 있다.
여건도 좋고 명분도 충분하다면 과정을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영남의 산업단지들도 자동차 외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남 역차별 주장이 나올 법하다. 아직 시간은 있다. 최종 결정권은 기업이 쥔 가운데 입지 선정을 공개적으로 더 논의해야 한다. 반도체 외 유망 산업의 클러스터를 영남 지역에 짓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