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남에 반도체 단지 건설, 생태계 구축에 총력 쏟길
충청은 패키징, 영남엔 로봇 육성
물·전력·사람 3대 과제 해결해야
정부와 주요 기업들이 반도체·인공지능(AI)·데이터센터를 삼각축으로 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29일 공개했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충청권 AI 인프라, 영남권 피지컬 AI와 로봇·모빌리티 거점을 잇는 전국 단위 첨단산업 재편 구상이다. SK는 서남권 400조원을 포함해 그룹 전체로 1100조원 투자계획을 밝혔고 삼성도 반도체는 광주, 로봇은 구미, 배터리는 울산, 차세대 조선은 거제를 중심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투자 규모만 놓고 보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초대형 산업 프로젝트다. 정부는 수도권 반도체 생산능력을 5년 안에 2배로 키우고, 반도체 팹(공장) 구축 기간을 최대 12년 단축하겠다는 방안도 밝혔다.
반도체와 AI, 로봇은 국가 생존을 좌우하는 전략산업이다. 고성능 메모리, 첨단 패키징, 데이터센터, 로봇과 스마트 제조 산업의 중요성은 더 강조할 필요도 없다.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 기업들이 비수도권 지역에 기록적인 투자를 결정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이 중차대한 프로젝트가 시작도 전에 지역 갈등과 정치 공방에 휘말리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여기엔 정부의 책임도 상당히 있다고 본다. 난데없이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호남 이전설이 나왔고, 반발이 일자 갑자기 호남을 새 투자처로 결정한 듯한 흐름은 매끄럽지 않다.
AI 시대의 폭발적인 반도체 수요를 감안하면 추가 생산거점 확보는 기업에도 불가피한 과제다. 하지만 수백조원이 투입되는 천문학적 규모의 사업이고, 국가 미래와도 직결된 프로젝트다. 절차가 불투명하고 투자처 결정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면 아무리 긴요한 투자라 하더라도 정치적 지역 안배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민보고회를 주재하며 "균형발전과 기업 수요가 일치했다"면서 기업에 손실과 위험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세밀한 논의 과정은 알 길이 없다. "관치 개입에 따른 억지 결정(국민의힘)" "국가산업에 답정너식 처방(개혁신당)"이라는 야권 비판은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이제는 용수와 전기, 기술인재 공급 문제를 얼마나 빨리, 제대로 푸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실제 경쟁력을 갖춘 산업거점으로 자리 잡으려면 물, 전력, 사람의 3대 난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영산강과 섬진강 수계가 대형 클러스터의 공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 가뭄에도 공급에 차질이 없을지 검증을 두번, 세번 철저히 해야 한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하다는 말로 전기 문제를 풀 수 없다. 전력망, 송전선로, 백업전원, 용수 재이용 시설까지 종합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공장이 돌아갈 수 있는 산업 생태계다. 인재 문제도 가볍게 볼 수 없다. 첨단 반도체와 AI 산업은 결국 사람이 움직인다.
다시 강조하지만 균형발전과 소외지역 개발을 위해 기업 경쟁력이 기회비용이 돼선 안 된다. 일분일초가 간절할 만큼 속도에 미래가 좌우되는 글로벌 초격차 경쟁의 시대다. 경영활동에 애로가 없도록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국가의 사명이다. 정부의 지원을 충분히 받은 기업이 세계 시장의 리더로 우뚝 서고 그 결과로서 균형발전을 이루면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다. 이번에야말로 공염불에 그치지 않도록 정부는 사력을 다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