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산업 규제 법안, 10개 중 8개는 폐기...'과락' 수준"
[파이낸셜뉴스] 국회에서 발의되는 디지털 산업 관련 규제 법안의 상당수가 실제 입법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법안 완성도 역시 낮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플랫폼·인공지능(AI)·데이터 산업을 둘러싼 규제 논의가 확대되는 가운데, 무분별한 규제 입법 발의가 아니라 디지털 산업 현실과 기술 변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정밀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0일 오후 2시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최근 5년간 발의된 법안을 평가한 결과는 '과락' 수준이고, 10개중 8개는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평가는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의된 디지털 산업 관련 입법 865건을 대상으로 법적 타당성·산업 적합성·집행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분석됐다. 전체 법안의 평균 평가 점수는 100점 만점에 25.3점에 그쳤다. 평가 대상 법안 중 실제 가결되거나 대안 반영 형태로 처리된 비율은 19.3% 수준으로 10개 중 2개 꼴로 통과한 셈이다.
특히 양적 중심의 입법 관행이 대표적인 문제로 지목됐다. 법안 발의 건수가 정치적 성과로 인식되면서 충분한 시장 분석이나 기술 검토 없이 규제안이 제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시민사회와 여론 역시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고 진단이다.
김 교수는 "80%가 폐기되는 법안때문에 산업 현장에서는 규제 리스크 대비해야 한다"며 "문제가 발생하면 자생적으로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가를 지켜보본 뒤 공적 규제가 들어와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디지털 산업은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고 복잡한 만큼 '양'이 아니라 '품질'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울러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실태조사와 자료 제출 의무, 부처 간 중복 규제 역시 기업 부담을 키우고 있다.
강력한 규제 환경은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공동 대표는 "자체 조사 결과 2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한국에 본사를 설립하는 것이 아닌 미국행을 선택하고 있다"며 "스타트업은 예측 가능하고 실증 가능한 환경을 찾고 있는 만큼 국내 규제환경이 스타트업에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고 전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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