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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90도 사과 모리야스 vs 주머니 손 찌른 홍명보… 팬들 극대노 키운 '마지막 예의' [2026 월드컵]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32강 브라질전 역전패 후 팬들 향해 90도 허리 숙인 일본 감독
34위 참사 홍명보, 질문 거부하고 입장문 뒷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퇴장
결과 떠나 팬들 향한 '진정성'과 '최소한의 예의' 부재
당당하게 도망치듯 떠난 한국 수장 향한 분노는 당연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경기에 패배후 팬들에게 90도로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경기에 패배후 팬들에게 90도로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스포츠에서 패배는 뼈아프다. 하지만 패배 이후 팬들을 마주하는 태도는 리더의 진짜 품격을 드러낸다.

2026 북중미 월드컵 무대에서 짐을 싼 한국과 일본 국가대표팀 수장들의 상반된 뒷모습이 이를 완벽하게 증명하고 있다. 한쪽은 패배의 아픔 속에서도 팬들을 향한 90도 인사로 진정성을 보였고, 다른 한쪽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철저히 질문을 거부하며 도망쳤다.

30일(한국 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스타디움. 브라질과의 32강전에서 1-2로 역전패하며 월드컵 여정을 마감한 일본 축구대표팀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경기 직후 관중석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자신들을 응원하기 위해 미국까지 찾아온 팬들을 향해 깊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ESPN은 공식 SNS를 통해 이 장면을 조명하며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존중받을 만한 모습"이라고 극찬했다. 해당 게시물은 좋아요 10만 개를 훌쩍 넘기며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우승 후보 브라질을 상대로 명승부를 펼친 경기력은 물론, "패배 속에서도 품격을 잃지 않았다"는 진정성에 감동한 것이다. 모리야스 감독의 90도 인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크로아티아전 탈락 직후에 이은 두 번째다.

KBS 뉴스 캡쳐
KBS 뉴스 캡쳐

반면, 48개국 체제에서 34위라는 역사적인 참사를 낸 홍명보 전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의 퇴장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지난 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1로 패하며 조별리그 탈락의 벼랑 끝에 몰렸던 한국은 결국 쓸쓸하게 짐을 쌌다.

탈락 확정 후 29일 멕시코 베이스캠프에서 열린 사퇴 기자회견. 홍 전 감독은 종이에 적어온 입장문을 읽은 뒤,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을 철저히 묵살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다음이었다. 그는 읽고 난 입장문을 바지 뒷주머니에 쑤셔 넣고, 한 손을 주머니에 찌른 채 당당하게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30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한 '도둑 귀국' 현장에서도 쏟아지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쫓기듯 공항을 빠져나갔다.

귀국한 홍명보 감독.연합뉴스
귀국한 홍명보 감독.연합뉴스

결과가 안 좋을 수는 있다. 우승을 천명해놓고, 32강에서 떨어진 일본 감독의 마음도 쓰라렸을 것이다. 재계약이 어떻게 될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머나먼 타국까지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날아온 팬들, 그리고 밤잠을 설쳐가며 TV 앞을 지킨 국민들에게 마지막 예를 갖추는 것은 국가대표팀 사령탑의 당연한 의무다.

잘 싸우고도 진정성 있게 고개 숙인 일본 감독과, 사상 최악의 졸전 끝에 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질문조차 거부한 채 도망친 한국 감독. 성난 민심이 홍명보 감독을 향해 거친 분노를 쏟아내는 것은 단순히 성적 때문만이 아니다.

사령탑은 팀의 수장이다. 승리했을때도 패배했을때도 가장 큰 공과를 책임지는 가장 영향력 있는 자리다. 그런데 그 패배가 납득이 가지 않는 참패라면 4년을 기다린 국민들에게 그 과정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사과를 해야할 의무가 있다. 마무리 또한 사령탑의 의무다. 매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적이 훨씬 많은았던 대한민국이지만, 이렇게 성의없는 마무리를 한 전례가 없다.

팬들이 분노하는 진짜 이유는, 취임단계부터 불거진 공정성 논란에 더해서 리더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조차 내팽개친 그 태도에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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