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서울 전세시장의 두 얼굴

파이낸셜뉴스
장인서 건설부동산부
장인서 건설부동산부

"매물은 많죠. 그런데 당장 계약할 수 있는 집은 몇 개 안 돼요."

최근 전세시장 취재 과정에서 만난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다시 2만건을 넘어섰지만 현장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전세 매물은 분명 늘었다. 그러나 막상 들여다보니 임차인이 거주 중인 '세 낀 매물'이 적지 않았다. 실수요자에게 중요한 것은 실제 계약이 가능한 매물이 얼마나 되는지인데 말이다.

더 의아했던 건 계약 종료가 한참 남은 집들이 시장에 나와 있었다는 점이다. 그중에는 계약 종료가 2027년 상반기인 집도 있었다. 실제 거래를 염두에 둔 매물인지, 시장 반응을 보기 위해 내놓은 물건인지 쉽게 구별하기 어려웠다.

이런 매물이 뒤섞이면서 같은 단지 안에서도 가격 차이는 크게 벌어졌다. 수천만원은 물론 일부 단지에서는 수억원까지 차이가 났다. 처음에는 층이나 조망, 인테리어 차이 때문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런 요인 외에도 시장 반응을 살피기 위해 높은 호가로 내놓은 매물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그 가격에 계약할 수 있는지 물어보면 "그냥 올려둔 물건"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단지마다 층과 향, 조망에 따른 차이는 원래 존재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집주인마다 가격 기준도 제각각인 듯했다. 비슷한 조건의 매물끼리도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어느 가격이 적정 시세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았다. 특히 거래 의사가 분명하지 않은 매물까지 시장에 나오면서 적정 시세를 가늠하기가 더욱 까다로워졌다.

인터넷에 올라온 매물만으로는 후보를 추리기도 쉽지 않았다. 실제 거래 가능 여부와 입주 시기 등 정작 필요한 정보를 알기 위해 실수요자는 결국 중개업소를 찾아 발품을 팔 수밖에 없다. 원하는 조건의 매물이 나오면 오래 고민하지 말고 계약부터 하라는 조언을 여러 중개업소에서 들었다. 결국 언제 입주할 수 있는지, 가격이 적정한지는 실수요자가 직접 확인해야 한다. 원하는 조건에 맞는 매물이 나오면 다른 물건과 충분히 비교해볼 시간도 없이 계약을 결정해야 한다.

결국 표면적인 통계만으로는 실수요자가 체감하는 전세시장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 간극을 줄이는 것이 부동산 정책의 역할일 것이다. 하지만 잇단 정책 변화 속에서 그 시세를 찾는 일은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시세가 다시 거래의 기준이 되는 시장이 되길 바란다.

en130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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