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포럼] 반도체 공장, 왜 호남이어야 하나

파이낸셜뉴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호남권 반도체 공장 신설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 공장을 지방에 분산하는 것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필요하며 타당하다. 하지만 왜 호남이어야 하는가를 놓고 시끄럽다.

호남은 비수도권의 다른 지역과 비교해 입지적으로 열악하다.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전력·용수·인력·물류·협력사 모두 부족하다. 입지조건을 따져선 호남에 반도체와 같은 첨단 공장이 세워지기 어렵다. 공장이 없으니 낙후되고, 낙후되니 안 들어오는 악순환의 덫에 갇혀 있다. 이게 바로 호남권이 오랫동안 소외된 이유이다.

땅도 좁은 우리나라에서 지역 간 우열을 따지는 건 별 의미 없다. 삼성은 미국 오스틴·테일러와 중국 시안·쑤저우 4곳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의 우시·다롄·충칭 세 곳에 생산거점이 있다. 미국과 중국에도 설립한 반도체 공장을 왜 호남권에 못 짓는다고 난리인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해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등으로 해외 생산기지를 분산하였다. TSMC 일본 공장은 도쿄나 오사카가 아닌 구마모토에 설립되었다. 허허벌판 논밭 가운데 거대한 TSMC 공장이 우뚝 솟은 모습은 기괴하게 보인다. 남부 규슈의 소도시 구마모토현에 TSMC가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것은 일본 정부가 전력과 용수를 해결해 주고, 공장 건설비의 상당액을 보조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부는 호남권에 반도체 공장이 설립된 다음에 차질 없이 가동하고 운영되도록 전폭적 지원을 제공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반도체 공장은 호남의 산업환경을 개선하고 다른 공장들도 유입되어 선순환 성장동력이 활성화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다른 지역을 배제하고 호남권을 특정해 반도체 공장 입지로 발표하는 과정이 투박해 논란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6·3 지방선거 후 지방발전을 위한 큰 그림을 내보이지 않고 호남만 콕 찍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고 하니 비판이 쏟아지지 않을 수 없다. 기업들은 가만 있는데 정부가 먼저 나서 기정사실로 공표하는 바람에 정경유착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개발시대와 달리 정부가 주도하고 기업이 들러리 서는 것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이 크다. 이에 더해 청와대 정책실장이 정치적 편향성이 강한 유튜브에 나와 국가 정책을 공론화한 것이 기름에 불을 던진 꼴이 되었다.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하다 국가백년대계가 정쟁의 불쏘시개로 전락해 버렸다.

정치적 공방과 지역 간 갈등을 불식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권위 있는 제3자의 정책 자문과 제언이 필요하다. 가덕도신공항 사례와 유사하게 글로벌 컨설팅사가 호남권 반도체 공장의 성공요건을 객관적으로 제시하도록 해야 한다. 호남권에 반도체 공장뿐 아니라 대학, 연구소, 소부장 중소기업, 관련 공공기관 등의 생태계 조성계획도 수립되어야 한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도 유인될 수 있는 여건이 호남권에 조성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수십년 후 호남권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 잘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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