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이는 상처와 보이지 않는 손상
저신용·저소득층에 담보마저 없는 취약계층은 여전히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 이들의 금융 접근을 돕고자 '신용 비용을 낮추면 사정이 나아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시각 차가 크다.
정보 비대칭이 심한 상황에서 금리상한을 일률적으로 규제하면 금융회사들은 고위험 대출자의 대출물량부터 줄인다. 이른바 '신용할당' 현상으로, 취약계층을 보호하려다 제도권 금융시장 자체를 사라지게 만드는 역설이 발생한다. 지난달 3일 나온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 보고서도 '금리상한 규제의 의도치 않은 결과'로 고위험자 대상 신용할당이 데이터에서 확인된다고 경고했다.
금리는 표기된 숫자가 전부가 아니다. 100만원을 연 20%에 3개월간 빌리면 이자는 5만원이다. 같은 금액을 연 14%의 신용카드 리볼빙 서비스로 최소결제비율(5%)을 유지하면 5개월 누적 이자는 5만2000원을 넘는다. 눈에 보이는 수치는 비슷해도 소비자가 느끼는 부담은 다르다. 연 20%의 단기 고금리는 넘어져 무릎이 까지는 상처와 같다. 피가 나고 통증이 즉각적이어서 누구나 쉽게 알아차린다. 연 14% 리볼빙은 만성질환에 가깝다. 매달 소액만 빠져나가는 결제구조는 소비자를 '심적 회계' 함정에 빠뜨리고, 손상은 소리 없이 쌓인다.
단기 소액 고금리 상품은 강하게 비난하지만 리볼빙처럼 장기분할 구조를 가진 상품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하다. 비용 총액보다 그 비용이 드러나는 방식이 사람의 인식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금융포용의 성패는 눈앞의 선명한 상처 치료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천천히 진행되는 손상의 실체를 얼마나 빨리 찾아내느냐에 달려 있다. 피가 흐르는 무릎에는 즉시 손이 가지만 서서히 망가지는 허리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쉽다.
금융시장도 마찬가지다. 높은 대출금리는 금융소외 원인이기보다 눈에 보이는 결과이자 증상일 뿐이다. 금융이력을 다시 쌓을 기회의 부재, 비정형 소득, 파편적 제도 설계 등이 맞물려 대출 거절과 자산 형성 실패로 이어지고, 금융소외가 고착되는 악순환 속에서 보이지 않는 손상은 더 깊고 넓게 번진다.
금리상한과 유동성 지원과 같은 표면적 처방으로는 금융소외의 구조 자체를 치유할 수 없다. 규제로 공급을 막는 대신, 리스크를 정밀하게 걸러낼 인프라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 과거 연체 이력 위주의 경직된 신용평가는 대안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실질 상환능력 평가로 보완이 필요하다. 정책 상품은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해 취약계층이 접근하는 문턱을 낮춰야 실효성이 생긴다. 성실한 상환 노력이 신속한 신용 회복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도 더 넓힐 필요가 있다. 이 모든 노력이 실제로 작동하는 지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모니터링이 필수다. 최근 공개된 '은행권 포용금융 종합 평가 체계'를 계기로 보이지 않는 깊은 그늘까지 정책 역량과 자원이 투입돼 금융소외의 실질적인 치유가 시작되길 기대한다.
이상제 대부금융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