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포럼] JTBC와 미디어 산업의 위기

파이낸셜뉴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 연구소장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 연구소장

JTBC를 포함한 중앙그룹 계열사 5곳이 회생을 신청했다. 무리한 투자가 원인이었다는 등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고, 미디어 산업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원인에 대한 각자의 의견이 있겠지만 이 소식을 접했을 때의 심경은 충격과 착잡함이었다.

뉴스를 접하고 세상 돌아가는 사정에 두루 밝은 친구와 식사를 했는데, 그의 반응도 놀라웠다. JTBC만 어려울 뿐 방송산업은 호황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미디어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은 여전히 외양의 화려함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JTBC 사태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미디어 산업 전체의 구조적 위기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봐야 한다.

언젠가부터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K'라는 접두어에서 미디어가 차지하는 지분은 절대적이다. 해당 분야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최근 드는 생각은 K-콘텐츠의 성공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그 이면에 내재된 문제들은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콘텐츠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던 기업이 무너졌다는 측면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JTBC의 과도한 투자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고, 타당한 지적이기도 하지만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위험 부담이 높은 미디어 산업에서 공격적인 투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른 산업은 몰라도 미디어 산업에서 위대한 결과물이 나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무모함은 필수적이기도 하다.

현재와 같은 어려움이 지속되면 부담을 감내하면서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사업자들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안정을 담보로 한 투자만 이어지게 된다면 족적을 남길 만한 콘텐츠 제작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방송산업에서는 이미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JTBC 정도의 기업이 무너지게 되면 그 파장은 연쇄적이다. 제작사를 포함하여 관련 주체가 겪게 될 어려움에 대한 우려가 다각적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다. JTBC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다른 방송채널 사업자도 어렵고, 케이블TV를 비롯한 유료방송 산업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미디어는 생태계이고, 채널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의 어려움은 생태계 구성원들이 함께 부담해야 할 짐이 될 수밖에 없다.

미디어 산업계와 학계에서 '위기'라는 단어는 지겨울 정도로 반복되고 있지만, 정작 그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 방향을 모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는 단기적인 어려움을 극복할 처방과 중·장기적인 미디어 산업의 지향점을 같이 모색해야 하는 시기다.

정부에서는 JTBC를 포함하여 어려움에 직면한 사업자들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 낡은 규제 개선과 시장에서 버틸 여력이 없는 사업자를 위한 출구전략 마련은 시급한 과제다.

콘텐츠 경쟁력이 한국의 강점이지만, 미디어는 생태계인 만큼 공생을 전제로 한 큰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며 생태계 전체가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미디어 산업이 심각한 위기를 맞이했다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위중한 문제라는 인식이 공유되고, 그에 부합하는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 JTBC와 같은 사태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고 누적된다면 더 이상 'K'라는 접두어를 쓰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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