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도, 우루과이도, 아르헨도 놀랐다...세계 뒤흔든 카보베르데의 반란 [2026 월드컵]
월드컵에 첫 출전한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카보베르데가 기적 같은 축구 여정을 마무리했다.
카보베르데는 4일(한국시간) 미국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와 연장 혈투 끝에 2-3으로 패했다. 리오넬 메시에게 선제골을 내주고도 두 차례나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며 세계 최강을 벼랑 끝까지 몰아붙였지만, 연장 후반 자책골이 나오면서 아쉽게 대회를 마감했다.
결과는 패배였지만 카보베르데는 이번 대회 최고의 '언더독'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에 처음 오른 이들은 조별리그에서 스페인과 0-0, 우루과이와 2-2, 사우디아라비아와 0-0으로 비기며 3무를 기록, H조 2위로 32강에 올랐다. 본선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돼 기회를 얻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강호들을 상대로 보여준 경기력은 우연이 아니었다.
아르헨티나전에서도 카보베르데는 특유의 조직력과 투지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골키퍼 보지냐는 수차례 선방으로 메시와 아르헨티나 공격진을 괴롭혔고, 선수들은 경기 종료 직전까지 왕성한 활동량으로 맞섰다.
페드루 부비스타 감독은 경기 후 "우리는 나라의 위상을 높였고 우리의 정체성을 보여줬다"며 "탈락해 슬프지만 이런 경험이 팀을 더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어떤 팀도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두 골을 넣고 연장전까지 끌고 가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선수들을 치켜세웠다.
적장인 리오넬 스칼로니 아르헨티나 감독도 "카보베르데는 훌륭한 팀이라는 것을 증명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FIFA는 경기 중계에서 "카보베르데의 경기력은 센세이셔널했다"고 평가했고, BBC는 "영화 '록키' 같은 경기였다. 졌지만 승자와 다름없었다"며 이번 대회의 주인공으로 카보베르데를 꼽았다.
인구 60만명이 채 되지 않는 카보베르데는 아프리카 서북부 대서양의 군도 국가다. 세네갈 해안에서 약 450㎞ 떨어진 10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으며 국토 면적은 4033㎢로 제주도의 약 두 배에 불과하다. 500여년간 포르투갈 식민지였다가 1975년 독립했고, 1986년 FIFA에 가입한 뒤 꾸준히 월드컵 본선을 두드린 끝에 이번 대회에서 처음 꿈을 이뤘다.
경제 규모가 크지 않고 해외 이주민이 많은 나라 답게 대표팀 26명 전원이 유럽 등 해외 클럽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됐다. 포르투갈 등과 이중국적을 가진 선수들도 적지 않다. 작은 나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굴한 전략이 이번 돌풍의 밑거름이 됐다.
현지의 감동은 더욱 컸다. 카보베르데에서 14년째 활동 중인 한국인 선교사 조남홍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비록 졌지만 카보베르데 사람들에게는 이긴 경기나 다름없다"며 "역사적으로 소국의 설움을 안고 살아온 나라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