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고위험 경고·해외선 코스피 150배…투자자 보호 '구멍'
코인 불황에 해외 거래소들 韓 자산 레버리지서 돌파구 법·제도 밖 보호장치 전무…당국도 "규제 방향 답하기 어려워"
국내는 고위험 경고·해외선 코스피 150배…투자자 보호 '구멍'
코인 불황에 해외 거래소들 韓 자산 레버리지서 돌파구
법·제도 밖 보호장치 전무…당국도 "규제 방향 답하기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강수련 박수현 기자 =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코스피에 최고 150배 레버리지를 걸 수 있는 초고위험 상품이 거래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대응은 사실상 한계에 부딪힌 모습이다.
국내 가상자산사업자에는 고위험 상품 출시와 과도한 이벤트를 자제하라고 경고하면서도, 정작 더 높은 손실 위험을 안고 있는 해외 거래소 상품은 기존 법체계 안에서 직접 규제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는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코스피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KORU'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무기한 선물 상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코스피 방향성에 최고 150배까지 베팅할 수 있는 구조였다.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거래량을 만들기 쉬운 한국 금융자산이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의 새 수익원으로 떠오른 모양새다.
그 배경에는 가상자산 거래량 둔화가 있다.
김정호 타이거리서치 연구원은 "크립토 거래량이 구조적으로 줄어드는 국면에서 기존 트레이더 풀과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해 새 수익원을 만드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거래소 매출은 본질적으로 거래대금에 연동되는데, 가상자산만으로는 감소분을 메우기 어려워졌다"며 "무기한 선물은 상장 절차가 간단하고, 거래대금 대비 수익성도 현물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심수빈 키움증권[039490] 책임연구원도 "이용자를 계속 묶어두는 게 목적이라고 본다"며 "가상자산 시장이 위축돼도 이용자가 지수·주식 추종 선물까지 거래할 수 있다면 거래소에서 이탈할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투자자 보호 장치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국내 파생상품이나 레버리지 상품에는 예탁금 요건, 투자자 교육, 증거금 규제 등이 적용되지만,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의 선물 상품은 이런 보호 장치 밖에 있다. 가격 급변 시 강제청산이 빠르게 발생할 수 있고, 피해가 생겨도 국내 제도권 안에서 구제받기 어렵다.
금융당국도 고위험 상품의 위험성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일 가상자산 사업자들과 만나 "단기 실적만을 추구하는 고위험 상품 출시와 이벤트 등은 이용자 신뢰를 상실하는 길"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해외 레버리지 상품에는 뚜렷한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
바이낸스, 바이비트 등 해외 대형 거래소라고 해도 금융당국의 직접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군소 업체의 미신고 영업 사실이 인정돼도 접속 차단 요청이나 수사 의뢰 외에는 실효적 수단이 제한적이다.
상품의 법적 성격도 불분명하다.
형식상 파생상품에 가깝지만 무기한 선물은 만기와 미래 특정 시점의 결제를 전제로 하는 전통적 파생상품과 구조가 다르다.
특히 KORU 상품은 국내 주가지수 자체가 아니라 미국 증시에 상장된 ETF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어 국내법 적용이 더 까다로운 '회색지대'로 평가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새로운 성격의 상품으로 글로벌 차원의 규제 기준도 정립돼 있지 않다"며 "현시점에서 규제 방향을 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관련 부서에서 해당 상품을 살펴보고 있는 걸로 안다"며 "상품 성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규제 방식도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대형 거래소를 우리 금융당국 인가 체계 안으로 편입시키거나, 국내에 합법적인 대체 채널을 여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바이낸스가 미국에서 바이낸스US, 일본에서 바이낸스재팬처럼 로컬 라이선스 자회사 구조를 운영하는 것처럼 한국도 같은 방식을 요구할 수 있다"며 "그러면 국내 레버리지 상품에 적용되는 투자자 보호 장치를 해외 사업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가된 국내 거래소나 파생상품 중개업자를 통해 더 안전한 레버리지 한도와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갖춘 상품으로 수요를 흡수할 수도 있다"며 "규제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것보다 낫다"고 덧붙였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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