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꿀템' 슬리퍼의 배신…당신 발목은 안녕한가?
실내 미끄러짐·넘어짐 사고의 30%…사무실 내 낙상 사고 주범
앞코 바닥에 걸려 발목꺾이는 '염좌' 빈발…만성 불안정증 유발
온병원 관절센터 "외상성 관절염 유발…뒤축잡아주는 실내화를"
[파이낸셜뉴스] 많은 직장인이 출근하자마자 답답한 구두나 운동화를 벗어던지고 편안한 슬리퍼로 갈아 신는다. 하지만 하루 8시간 넘게 발을 지탱하는 사무실 슬리퍼가 오히려 직장인들의 관절 건강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사무실 바닥재와 슬리퍼 소재 간의 마찰로 인해 앞코가 바닥에 걸려 넘어지거나 발목을 심하게 접질리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낙상 사고는 빙판길이 깔린 겨울철 실외에서 주로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의 위해정보시스템(CISS) 통계에 따르면 매년 접수되는 안전사고 중 '미끄러짐·넘어짐' 사고는 전체 원인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의 산업재해 분석에서도 사무실이나 작업장 내 계단, 복도에서 발생하는 넘어짐 사고의 주요 유발 요인으로 '슬리퍼나 굽 높은 구두 등 불안전한 신발 착용'이 반복해서 지적되고 있다.
대리석이나 데코타일 등 매끄러운 사무실 바닥에서 슬리퍼를 신는 행위 자체가 이미 잠재적 부상 위험을 안고 있는 셈이다.
사무실에서 흔히 신는 삼선 슬리퍼나 EVA 소재의 실내화는 뒤꿈치를 잡아주는 축이 없다. 걸을 때마다 발가락에 과도한 힘을 주어 신발을 끌어야 하기 때문에 보행 자세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매끄러운 사무실 바닥에서 걷다 보면 슬리퍼 앞코가 바닥에 툭 걸려 꺾이는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부산 온병원 관절센터 장의찬 과장(정형외과전문의)은 "슬리퍼는 발뒤꿈치를 고정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앞코가 바닥에 걸리는 순간 발목이 바깥쪽으로 사정없이 꺾이게 된다"며 "이때 발생하는 '발목 염좌'를 단순히 '살짝 삐끗했다'며 파스만 붙이고 방치하는 직장인들이 많은데, 이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번 늘어난 발목 인대는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느슨해진 상태로 굳어지며, 이는 결국 작은 충격에도 반복적으로 발목을 접질리는 '만성 발목 불안정증'으로 진행된다"며 "심할 경우 젊은 나이에도 외상성 발목 관절염을 앓을 수 있으므로 초기에 정형외과를 찾아 인대 손상 여부를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6개월 이내에 발목을 2회 이상 접질렸거나 울퉁불퉁한 길을 걸을 때 발목에 힘이 빠지고 불안한 느낌이 든다면 이미 만성 불안정증 단계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발목을 움직일 때마다 뚝뚝 하는 소리가 나거나 양쪽 발목 중 한쪽이 상시로 부어 있는 경우에도 즉시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슬리퍼가 주는 악영향은 비단 발목 염좌 뿐 아니다. 굽이 너무 낮고 충격 흡수 기능이 없는 저가형 슬리퍼를 장시간 착용하면 걸을 때 발생하는 충격이 고스란히 발바닥과 무릎, 척추로 전달된다.
온병원 관절센터 김윤준 센터장(인제의대 부산백병원 정형외과 임상교수)은 "바닥이 얇고 딱딱한 슬리퍼를 오래 신으면 발바닥 전체에 가해지는 하중을 분산시키지 못해, 발바닥 인대에 미세한 파열과 염증이 생기는 '족저근막염'이 발생하기 쉽다"라며 "아침에 일어나 첫발을 디딜 때 발뒤꿈치에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이미 질환이 진행 중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발이 불안정하면 몸의 중심을 잡기 위해 무릎과 골반, 척추 주변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하게 된다"며 "사무실 슬리퍼 착용이 장기화되면 원인 모를 무릎 통증이나 만성 요통(허리 통증)의 주범이 될 수 있으므로, 평소 본인의 근무 환경과 실내화 상태를 반드시 점검해 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온병원 관절센터 전문의들은 직장인들의 관절 건강을 위해 직장 내 복장 규정이 허용하는 한 발 건강을 고려한 '기능성 실내화'로 교체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가장 추천되는 형태는 뒤꿈치를 고정해 주는 끈(스트랩)이 있는 샌들형 디자인이다. 뒤축을 잡아주는 실내화를 착용하면 걸을 때 발목이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막아줄 뿐 아니라 앞코가 바닥에 걸려 신발이 벗겨지면서 발생하는 급작스러운 부상을 획기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실내화의 굽 두께와 쿠션감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바닥이 지나치게 얇은 슬리퍼는 지면의 충격을 여과 없이 관절로 전달하므로 피해야 하며, 걸을 때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할 수 있도록 2∼3㎝ 정도의 적당한 굽과 탄력이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밖에 실내화의 앞모양 역시 안전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신발 앞부분이 완전히 개방된 형태보다는 둥글게 막혀있거나 위쪽으로 살짝 들려 있는 디자인을 고르면, 매끄럽고 평평한 사무실 바닥에 슬리퍼가 걸려 앞으로 꺾이는 현상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온병원 윤성훈 진료원장(정형외과전문의)은 "사소해 보이는 실내화 한 켤레의 변화가 하루의 대부분을 사무실에서 보내는 직장인들의 평생 관절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며 자신의 발에 맞는 안전한 실내화 착용을 권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