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월드컵] 심판한테도 꿈의 무대…"나이 탓에 선수보다 많은 체력훈련"

연합뉴스

30년 가까운 경력·엄격한 평가 거쳐 선발…3천725명 중 4.5%만 본선 "가정 희생으로 이혼도 많아"…VAR 시대 온라인 악성 비난까지 감내

[월드컵] 심판한테도 꿈의 무대…"나이 탓에 선수보다 많은 체력훈련"
30년 가까운 경력·엄격한 평가 거쳐 선발…3천725명 중 4.5%만 본선
"가정 희생으로 이혼도 많아"…VAR 시대 온라인 악성 비난까지 감내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경기의 심판 (출처=연합뉴스)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경기의 심판 (출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전 세계 축구 선수들이 국가를 대표해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뛰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 동안 또 다른 이들이 이 무대에 서기 위해 땀방울을 흘렸다.

바로 경기의 공정성을 책임지는 심판들이다.

미국 CNN 방송은 4일(현지시간) 전 세계 축구 심판들이 최고 권위의 월드컵 무대에 입성하기까지 거쳐야 하는 엄격한 선발 과정과, 그들이 감내해야 하는 개인적 희생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미국·캐나다·멕시코가 공동 개최하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는 주심 52명, 부심 88명, 비디오판독(VAR) 심판 30명 등 모두 170명의 심판진이 참가했다.

본선 참가국이 48개국, 경기 수가 104경기로 늘어나면서 역대 최대 규모다. 심판들은 전 세계 50개 FIFA 회원국 출신으로 구성됐으며 여성 심판도 6명이 포함됐다.

월드컵 심판이 되기까지는 수십 년의 경험과 혹독한 검증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2002 한일 월드컵 결승전에서 부심을 맡았던 스웨덴의 레이프 린드베리는 CNN에 "우리 모두의 꿈은 월드컵을 심판하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뛰어난 심판 능력뿐 아니라 적지 않은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고 그는 털어놨다.

린드베리는 "대부분의 심판은 적어도 한 번은 이혼을 경험했다"며 "많은 이들이 가정생활을 희생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른다"고 말했다.

FIFA에 따르면 이번 월드컵 심판 선발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직후 시작됐다.

후보자들은 세미나와 체력 테스트를 거쳤고 FIFA 주관 대회 경험도 갖춰야 했다. 또 지난 3년간 국내외 경기에서의 판정 능력을 지속적으로 평가받은 뒤 최종 명단이 확정됐다.

2014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 부심을 맡았던 이탈리아의 레나토 파베라니는 "중요한 경기마다 평가관 한두 명이 심판진을 관찰한다"며 "경기 후에는 평가를 받아 다른 심판팀과 비교된다"고 설명했다.

월드컵 심판으로 선발된 뒤에도 매 경기 출전은 보장되지 않는다. 경기 사나흘 전 최근 경기력 등을 종합해 배정이 결정된다.

아르헨티나와 카보베르데 간 경기 (출처=연합뉴스)
아르헨티나와 카보베르데 간 경기 (출처=연합뉴스)

이해충돌을 막기 위해 자국 경기에는 배정받지 못한다.

린드베리는 "조국의 대표팀을 응원하면서도 탈락하기를 바랐던 경험이 있었다"며 "(2002년 월드컵에서) 스웨덴이 결승전에 올랐다면 나는 일찍 집으로 돌아가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컵 결승전 심판으로 선정되는 것은 심판들에게 최고의 영예다.

파베라니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모든 심판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제프 블라터 당시 FIFA 회장이 결승전 심판 명단을 발표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이름이 불렸을 때 두세 시간 동안은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면서도 "곧 엄청난 압박감과 책임감이 밀려왔다. 하루빨리 경기가 시작되기만을 바랐다"고 말했다.

심판들의 준비는 경기 며칠 전부터 시작된다.

매일 장거리 달리기와 웨이트 트레이닝 등 체력훈련을 하는 것은 물론, 담당할 팀들의 경기 영상을 몇시간씩 분석하고 선수들의 전술적 특징과 성향까지 파악한다.

파베라니는 "팀의 수비 전술과 선수들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미 그 팀을 맡았던 동료들의 조언도 듣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월드컵 무대에 오르기까지는 약 30년의 시간이 걸렸다.

FIFA 국제심판 명단에 이름을 올린 3천725명 가운데 이번 월드컵에 참가한 심판은 4.5%에 불과하다.

또 대부분의 심판은 생계를 위해 본업을 유지한다.

린드베리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오후에 훈련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던 덕분에 주 5일 훈련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특히 선수들보다 평균 연령이 높은 심판들은 경기 내내 선수들의 움직임을 따라가기 위해 오히려 더 많은 체력훈련을 해야 한다.
린드베리는 "선수들이 다양한 훈련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나이 때문에 선수들보다 훨씬 많은 체력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비디오판독(VAR) 도입과 온라인 환경 변화로 심판들이 받는 부담도 커졌다.

비영리단체 '레프리 어브로드'의 다니엘레 쿠르치오 대표는 "온라인 비난이 일상이 되면서 심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신규 심판도 줄고 있다"며 "선수들이 페널티킥을 놓칠 수 있는 것처럼 심판도 실수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파라과이 간 경기 (출처=연합뉴스)
프랑스와 파라과이 간 경기 (출처=연합뉴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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