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AX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것
"AI는 비서이자 보조도구에 불과
전문 도메인의 플레이어는 우리
AI는 정보와 지식 '식재료' 전달
셰프인 인간이 최고요리 만들어
여전히 우리가 해결해야 할 것은
AI가 아닌 '인간과 인간의 문제'"
인류가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를 일상에서 체감하게 된 계기는 2022년 11월 말 오픈AI 챗GPT의 출시였다. 인간의 대화형 질문에 대한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챗GPT의 대답이 항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인간과 대화하는 기계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우리 모두에게 매우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지난 4년 동안 업그레이드된 구글 제미나이, 앤스로픽 클로드, 네이버 하이퍼클로바 등 다양한 생성형 AI를 사용해 본 경험담이 우리 주위에 넘쳐흐른다.
생성형 AI는 문자 커뮤니케이션 시대의 백과사전,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시대의 위키피디아나 네이버 백과사전의 고급 버전이다. 정보와 지식 미디움의 기술적 확장이라는 점에서 물론 주목할 만하다. 그 정보와 지식의 범위가 교육, 학술, 법률, 행정, 과학기술, 산업, 언론, 디자인, 예술의 영역, 즉 개별 전문 도메인까지 전방위로 확대되는 이 시대를 우리는 AI 전환(AX) 시대라고 부른다.
사회의 각 도메인에 AI 테크놀로지가 진입하면서 바뀐 것이 분명히 있다. 첫째, 우리는 매우 똑똑하고 반응이 빠른 비서를 바로 옆에 두게 됐다. 생성형 AI 구독료를 좀 더 많이 지불하면 좀 더 유능한 비서를 옆에 둘 수 있다. 질문하면 바로 답하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물으면 더 구체적으로 반응한다. 그래서 변호사, 회계사, 의사, 약사와 같이 유사한 상담 과업을 반복하는 직종은 곧 소멸되리라는 우려도 있다.
둘째, 정보와 지식을 수집하는 일의 수행 방식과 평가는 효율성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인간 비서를 채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짧은 시간에 엄청난 양의 과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평가기준이 되고 있음이 큰 변화다. 컴퓨터 앞에서 간단히 해결되는 작업을 위해 힘들게 도서관에서 두꺼운 서지를 넘길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셋째, 복잡한 인간관계에 부대끼는 실제 세계에 굳이 진입할 필요 없이 가상의 세계 속에서도 얼마든지 정보와 지식을 탐구할 수 있다.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만으로도 자신의 전문 도메인을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욱 커진다. 논쟁도 필요 없고 숙의도 필요 없다. 그 결과 인간은 점점 더 공동체에서 소외되고, 기계와의 상호작용에 더욱 몰입한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 또한 분명히 있다. 첫째, AX 시대 전문 도메인의 플레이어는 여전히 비서 AI가 아닌 마스터 인간이다. 법원 판결, 의사 처방, 정부 정책, 기업 경영전략, 언론 보도, 모두 AI 비서가 효율적인 방식으로 제공한 정보와 지식의 나열만으로 결정될 수 없다. 여전히 법관, 의사, 행정가, 경영인, 신문 편집인이 의사결정의 핵심 플레이어다.
둘째, AX 시대에 AI가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제공하는 정보와 지식은 인간 사고 과정에 필요한 재료이지만 그 자체가 본질은 아니다. 최고의 요리를 위해 좋은 식재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식재료의 단순 나열이 곧 최고의 음식은 아니다. 최고 요리의 본질이 마스터 셰프의 통찰력과 손맛에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셋째, 인간과 기계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가상의 시나리오는 현실의 맥락을 자주 잊게 한다. 가상 세계의 팩트가 항상 현실 세계의 진실인 것은 아니다. 법, 정책, 언론, 심지어는 과학기술 세계가 마주치는 현실 도메인은 모두 매우 특수한 맥락 속에 존재한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여전히 인간과 인간 사이의 문제이며, 인간의 개입으로 인해 비로소 해결된다. 그 개입의 책임도 역시 인간의 몫이다.
정부와 기업의 보고서, 학술 논문, 그리고 학생 에세이를 읽으면서 그 내용에 오류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특수한 맥락에 대한 해석과 진단의 자기 기준과 관점이 결여됐다면 최고 점수를 주기는 힘들다. AX 시대에 AI 비서의 도움에만 전적으로 의존해 마스터의 생각과 개입이 빠진 결과물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 마스터, 본질, 현실의 중요성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는데 이것들이 점차 망각되고 있음이 우려된다.
스마트한 프롬프트 활용으로 AI를 더 잘 이용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AI는 여전히 정보와 지식을 수집해서 전달하는 비서이자 보조도구에 불과하다. AX 시대에는 확실한 자기 기준을 기반으로 사고하는 진품 전문가의 가치가 더욱 커질 것이다. 인간 지능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학습하고 복제해 내는 AI도 인간의 지성 영역을 완전히 대치하지는 못한다. 두려움 없이 담담하게 AX 시대를 포용하면 된다.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대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