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쿠팡 사태, 법 집행 원칙 지키되 동맹 갈등은 막아야
개인정보 유출 책임 엄정히 묻고
안보·원자력 협력은 흔들림 없길
미국 백악관 당국자까지 한국 정부가 쿠팡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앞서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도 한국 정부가 쿠팡 등 미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는 중간보고서를 낸 바 있다. 개별 기업의 법 위반 의혹이 동맹 현안으로 비화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미국의 과도한 주장에는 사실과 원칙으로 대응하면서 사태를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동시에 이 문제가 한미 관계의 다른 현안으로 번지지 않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쿠팡 사태의 출발점은 분명하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쿠팡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3755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판단하고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사건의 본질은 전 국민 대다수에 해당하는 개인정보가 외부로 빠져나간 중대한 보안사고다. 더구나 유출된 정보가 어디로 흘러갔는지도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엄정한 조사와 제재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미국 의회와 백악관의 태도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 하원 법사위 보고서는 한국 정부의 설명과 소비자 피해 실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한국의 정당한 법 집행을 차별적 규제로 몰아가는 것은 동맹국에 대한 예의에도, 법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의 쿠팡 주식 거래 내역과 미 통상·외교 핵심 인사들의 과거 쿠팡 관련 보수 수령 사실까지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측은 이해충돌 소지부터 투명하게 설명하는 게 먼저라고 본다.
한국 정부는 이럴수록 냉철하게 대응해야 한다. 쿠팡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뉴욕증시에 상장된 기업이다. 쿠팡에 대한 조사 절차와 법적 근거, 과징금 산정 방식, 국내외 기업 제재 사례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미국 정부와 의회, 언론, 투자자에게 적극 설명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쿠팡 사태가 한미 안보·원자력 협력 논의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된다. 한미는 현재 원자력추진잠수함과 우라늄 농축,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등 원자력·안보 협력 후속 논의를 진행 중이다. 방산 등 전략 협력까지 맞물린 상황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양국의 핵심 현안을 흐리는 변수로 작용해선 곤란하다. 마침 이재명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튀르키예 앙카라를 방문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참석하는 다자외교 무대인 만큼 쿠팡 사태가 양국 간 접촉 과정에서 문제로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는 국내법 집행의 정당성을 분명히 설명하되, 이 문제가 양국 간 외교 현안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쿠팡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과징금 부과나 조사 결과에 대해 법적 불복 절차를 밟는 것은 기업의 권리일 수 있다. 그러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의 당사자인 기업이 미국 정치권을 움직여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듯한 모습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쿠팡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유출 경위와 피해 규모를 투명하게 밝히고,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책과 피해자 보호 방안을 내놓는 것이다. 쿠팡 사태는 기업 국적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와 법 앞의 평등에 관한 문제다. 정부는 법 집행의 정당성을 지키면서 동맹의 큰 틀이 불필요하게 흔들리지 않도록 정교하게 대응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