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교실서도 '광주 폭동' '운지' 조롱"…교사 10명 중 9명 혐오표현 접했다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이효준 서울 배재고등학교 교장과 야구부 학생 등이 지난 6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찾아 '스벅 가자' 사태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효준 서울 배재고등학교 교장과 야구부 학생 등이 지난 6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찾아 '스벅 가자' 사태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최근 배재고 야구부의 5·18 민주화운동 조롱 응원 논란을 계기로 학교 현장에 퍼진 혐오·차별·역사 왜곡 표현 실태가 드러났다. 교사 10명 중 9명은 최근 1년간 학생들의 발언이나 과제물, 발표 등에서 관련 표현을 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실 안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 폭동'이라고 부른다", "과학 시간 중력을 공부할 때 떨어지는 물체를 보면서 '운지'(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비하하는 표현)라고 하더라"는 실제 사례도 나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7일 전국 초·중·고 교사 1109명과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청소년 1636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교사의 89.3%가 최근 1년간 학생들의 혐오·차별·역사 왜곡 표현을 접했다고 답했다. 직접 목격했다는 응답은 73.9%, 전해 들었다는 응답은 15.4%였다. 학교급별로는 중학교 교사의 경험률이 92.7%로 가장 높았다.

교사들이 가장 많이 접한 유형은 정치인이나 역사적 인물의 죽음·비극을 조롱하는 표현이었다. 특히 전교조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비하하는 표현이나 말끝마다 특정 어미를 붙이는 방식의 조롱이 학생들 사이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위원장이 7일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열린 혐오·역사왜곡 표현 교사·청소년 인식 조사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지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위원장이 7일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열린 혐오·역사왜곡 표현 교사·청소년 인식 조사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은 "말끝마다 '∼노'를 붙이거나 운지, 부엉이바위 같은 단어를 대화에서나 각종 과제물에서 쓰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성소수자·장애인·이주민 등에 대한 혐오와 차별, 세대·직업·계층 비하, 특정 지역 조롱,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하거나 희화화하는 표현도 빈번했다.

교사들은 이 같은 현상이 일부 학생의 일탈이 아니라 온라인 혐오 문화가 학교로 유입된 결과라고 봤다. 응답자의 88.4%는 배재고 사태를 "특정 학생의 우발적 일탈로 보기 어렵고 온라인 혐오 문화 확산과 연결해 봐야 한다"고 답했다. 원인으로는 온라인 혐오 콘텐츠와 커뮤니티 문화 확산이 가장 많이 꼽혔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이를 바로잡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은 학생 지도가 어려운 이유로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우려와 학부모 민원, 외부 공격 가능성을 들었다. 혐오 표현을 지적해도 학생들이 "장난이었다"고 넘기거나 "표현의 자유"라며 반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청소년들도 혐오 표현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혐오·차별·조롱 표현을 주로 접한다고 답했다. 관련 표현을 접했을 때 불쾌감을 느꼈다는 응답은 절반을 넘었지만, 친구 관계를 의식해 그냥 넘어간다는 응답도 많았다.

학생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꼽은 대책은 교육이었다. 혐오 표현과 역사 왜곡 문제를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는 것, 실제 사례를 놓고 왜 문제가 되는지 생각해 보는 수업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전교조는 학교생활규정에 혐오 표현 금지와 교육적 조치 근거를 명시하고, 교사의 쟁점 교육을 보호할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온라인 플랫폼의 혐오·극단주의 콘텐츠 추천 책임을 강화하고, 민주시민·인권·역사·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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