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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생산·비축·유통 잇는 물가 안전판 역할할 것"[fn이 만난 사람]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홍문표 aT 사장
대담 = 김기석 경제부장
농산물 수급망 컨트롤타워 가동
폭염·폭우에 널뛰는 여름철 물가
신품종 육성·재배기술 보급 통해
'재해성 가격 급등' 대응 총력전
봄배추 장기저장·도농상생장터
구조적 취약성 해결해 물가 안정
온라인 수요에 맞춰 유통망 혁신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이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이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이 여름철 히트플레이션(고온+물가상승)에 대비해 "농산물 생산, 비축, 유통 수급망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겠다"며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길을 계속 열어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유통 질서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물가 불안 원인이 된 국내 농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비축 단계에서 '봄배추 장기저장 실증사업', 유통 단계에서 '도농상생장터' 운영을 통해 물가 안전판 역할을 할 계획이다.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만난 홍 사장은 '재해성 가격 급등'은 단순한 기후변화 때문만은 아니라고 봤다. 국내 농업 문제가 맞물린 결과라는 것이다. 품목과 산지가 집중된 점, 재배적지가 기후변화로 바뀌는 점, 농가 고령화로 생산 기반이 약해진 점 등 구조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 대비 3.2% 상승했다. 농축수산물 물가도 3.2% 올랐다.

홍 사장은 "근본 해법은 기후적응형 품종·재배기술 보급, 비축 역량 확충을 통한 공급 완충, 계약재배 확대와 출하 시기 분산에 있다"며 "aT는 생산-비축-수급을 하나로 잇는 물가 안전판으로, 재해성 급등의 악순환을 끊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어 "농촌진흥청과 협력해 기후 적응형 신품종을 육성하고 있다. 또한 실내에서 온습도, 빛 등 생육환경을 조절하는 기술을 넓히기 위해 지난달 6일 사계절 딸기 생산 기술 설명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aT는 올해 여름철 농산물 수급 불안을 막기 위해 국립농업과학원과 봄배추 장기저장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폭염으로 여름철 고랭지 배추 재배면적이 갈수록 줄어 9월 무렵 공급이 끊겨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가 몇 년째 이어졌기 때문이다. 생산량과 저장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봄배추를 산소·이산화탄소 농도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기체조절저장기술(CA)로 오래 보관했다가 여름 배추 공백기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올해는 장기저장 기술 환경 저장고 안에서 전기에너지로 공기를 살균하는 플라즈마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배추 겉잎의 곰팡이를 잡아내는 방식이다. 아울러 지난달 22일에는 국립농업과학원과 기후변화 대응 농업 정보·기술 공유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농과원이 가진 과학적인 농업 정보·기술에 공사가 쌓아 온 유통·비축 전문성과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서다.

홍 사장은 봄배추 비축에 더해 저온 비축기지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비축기지는 생산이 많을 때 사들여 저온 상태로 신선하게 보관했다가 공급이 부족한 시기에 시장에 풀어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내리지 않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생산자에게는 제값을, 소비자에게는 안정된 가격을 보장하는 균형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농산물은 수확기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값이 떨어지고 비수기에 공급이 모자라 값이 뛰기 때문이다. 국내 14개 비축기지 중 정부가 소유한 비축기지는 8개다.

홍 사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CA 기술 및 저온 비축기지 사업이 중요하다"며 "여름철 생산된 농산물은 고온에 쉽게 상한다. 이를 막기 위해선 저온창고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덴마크는 시군마다 저온 비축기지가 있지만 한국은 아니다"며 "강원도 강릉에 224억원 규모 비축기지 조성이 진행 중이다. 궁극적으로는 2개 도마다 1개의 대형 저온 창고를 지어 지역 생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고 보관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비축을 바탕으로 공급을 안정화시킨 뒤 적정 농산물 가격을 유지하는 것 역시 홍 사장이 주력하는 분야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직거래인 도농상생장터를 올해부터 서울시 공공부지에서 첫 시작했다. 장터가 들어선 곳은 서울에너지공사, 서울시 SH공사,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역사 등 모두 공공과 민간이 내놓은 유휴 공간으로 총 10개소다. 올해는 전북 완주 등 6개 지역 농산물이 서울 목동과 개포동, 합정역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홍 사장은 "농산물 수급 조절에도 장터가 한 몫 한다"며 "도시민들에게 신선한 농산물도 제공하고 가격이 많이 하락한 농산물에 소비 촉진도 할 수 있는 양쪽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직거래 장터로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농민이 직접 팔러 다니던 부담을 덜었다. 생산자가 생산지 인근 거점 물류센터에서 농산물을 가져다 두면 수도권 소비지까지 운송, 판매를 공공이 받쳐 주어 농민은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축과 유통 앞 단계인 생산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aT는 여름철 기후변화에 대응한 배추 수급 안정을 위해서 농진청과 협력해 새로운 재배적지를 발굴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농진청은 준고랭지 지역에 신규 적지를 발굴하고 폭염을 견딜 수 있는 저온성 필름 공급, 미세 관수 등 재배 기술을 공급하고 여기서 수확된 배추는 aT가 연계 수매해 줌으로써 중장기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홍 사장은 "결국 농어민에게 제값을,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값을 돌려준다는 목표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며 "달라져야 하는 것은 그 목표를 이루는 방식이다. 온라인 거래가 일상이 되고 소비자의 장보기 방식도 빠르게 바뀐 만큼, 유통도 옛 틀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농업 현장의 여건과 지금의 수요에 맞춰 끊임없이 바꿔 가야한다"고 말했다.

홍 사장은 aT 사장 취임 직후인 2024년 9월 가장 먼저 기후변화 대응 수급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이후 공청회와 전문가 자문을 거쳐 정규 부서인 기후변화대응처로 격상했다. 공공기관 가운데 기후변화 대응 전담 부서를 둔 것은 aT가 처음이다.

홍 사장은 "aT는 평시에는 가격을 안정시키고 위기에는 공급을 지켜내겠다. 나아가 쌀·밀·콩·옥수수·보리의 5곡으로 식량안보의 기반을 넓히고, K푸드를 반도체에 버금가는 우리 경제의 또 하나의 축으로 키워 내고자 한다"며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밥상은 수많은 농어민의 땀과 정성으로 차려지는 것이다. 기후위기가 거세질수록 그 밥상을 지키는 일도 더 무거워지지만, aT는 생산부터 비축·유통·수출까지 맡은 자리에서 흔들림 없이 제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리=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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