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들 "매대 비어 특가행사 무색"... 직원·입점사 "법원결정만 기다려"
'파산 기로' 홈플러스 가보니
"시장보다 행사도 많이 하고 위치도 좋아서 자주 찾았는데 당분간은 발길을 끊어야겠네요."
7일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합정점에서 만난 김모씨(56)가 텅 빈 매대를 둘러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김씨는 "물건이 채워지지 않으니 올 이유가 없어졌다"며 "살 것도 없는데 거추장스럽게 장바구니를 가져온 것 같다"고 푸념했다. 그는 "매장이 결국 문을 닫는다면 다른 대형마트를 찾을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내려진 지 닷새째인 이날 찾은 홈플러스 합정점은 '강력 특가' '무조건 3만원' '1+1' 등 대대적인 할인 문구가 무색할 만큼 썰렁한 기운만 감돌았다. 계산대 9곳 중 실제 운영되는 곳은 단 두 곳뿐이었고, 무인 계산대 8곳엔 아예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주요 매대는 홈플러스 자체브랜드(PB)인 '심플러스' 제품들이 빈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냉장칸에는 쌈무, 연근조림, 장아찌 등 반찬과 심플러스 실리콘 저장 용기가 엉뚱하게도 나란히 놓여 있었다. '물량 수급이 지연돼 입고량이 많지 않다'는 안내판도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직원들은 말을 아낀 채 막막해했다. 상황을 묻자 "본사로부터 들은 게 없다" "해줄 말이 없다"는 짧은 대답만 돌아왔다. 이들은 근무를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는 불투명한 현실 속에서 법원이 제시한 '골든타임'을 지켜보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입점 업체들의 사정도 절박했다. 한 의류 판매장 점주는 "법원 결정만 하염없이 기다리는 처지"라며 "아르바이트생들에게도 상황을 솔직히 말하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라고 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매장 내 일부 구역은 아예 영업을 중단한 상태였다. 2층 가전 매장 입구에는 '선풍기 대전'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으나, 매장은 조명을 최소화한 채 사실상 방치된 모습이었다. '영업 일시 중단'이라는 안내문만 붙어 있을 뿐 자리를 지키는 점원조차 찾아볼 수 없었고, 교환과 환불 업무는 1층 고객센터에서 처리해 달라는 공지가 붙어 있었다.
홈플러스는 벼랑 끝에 몰린 처지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정준영 법원장)가 지난 3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폐지를 결정하며 사실상 파산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사측이 즉시항고 기한인 오는 20일까지 긴급 운영자금 2000억원을 마련하면 회생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으나, 자금 조달 여부는 불투명하다. 폐지가 확정될 경우 홈플러스의 직고용 인력 1만2000여명을 비롯해 입점사, 물류·납품 등 협력사를 포함한 연관 고용 인력 10만여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일반노조 조합원들은 이날 영등포구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홈플러스의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 측에 20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즉각 투입할 것을 요구했다. 같은 날 사회 원로와 시민사회 각계 대표자 135명도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홈플러스 사태는 더 이상 어느 부처 하나에 맡겨둘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해결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