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兆 투자유치 물꼬 튼 강원… 변방서 ‘AI 수도’로 우뚝
동해·강릉에 AI 데이터센터
GS·SK 등 대기업 투자 몰려
풍부한 전력·냉각용수 강점
송전망·변전설비 확충 과제
전기요금 지역차등제 목소리
【파이낸셜뉴스 춘천=김기섭 기자】 강원도가 대한민국 인공지능(AI) 산업의 전진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동해와 강릉, 춘천에서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잇따라 구체화하면서 국내 대기업의 투자가 강원으로 몰리고 있다.
7일 강원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내에서 추진되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투자 규모만 수십조원에서 100조원대에 이른다. 그중 가장 앞선 곳은 동해다. GS그룹은 정부의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에 포함된 동해 북평제2일반산업단지에 2.4GW급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하고 지난 6일 강원도·동해시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단일 단지 기준 아시아 최대 규모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메모리 비용까지 더하면 투자비가 최대 120조원에 이른다. 2028년까지 1.2GW를 완공한 뒤 2029년 같은 규모를 증설한다.
강릉에서는 강릉시와 민간 특수목적법인(SPC)이 강동면 안인진리 일원에 1GW 규모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특화단지를 5단계로 조성하고 있다. 건립비만 13조8000억원, 사용자 설비까지 더하면 전체 투자 규모가 약 70조원에 달한다. 1단계 시설은 착공에 들어갔으며 우상호 강원도지사가 유치를 공약한 이 사업의 투자 기업으로는 SK그룹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춘천에서는 소양강댐 심층수를 냉각에 활용하는 수열에너지 융복합클러스터가 하반기 부지 분양에 들어가고, 삼성도 삼성SDS 데이터센터에 모듈형 데이터센터를 세우기로 하고 건축 신고를 마쳤다.
이처럼 강원도에 투자가 쏠리는 것은 데이터센터 운영의 핵심인 전력과 냉각 용수를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강원은 발전량이 소비량을 크게 웃도는 전력 잉여 지역으로 2024년 기준 전력 자립도가 156.2%에 이른다. 특히 동해안 석탄화력발전소들은 수도권과의 송전망 연결이 늦어지면서 가동률이 30% 안팎에 머물러,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남는 발전 용량을 소화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여기에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약 40%가 열을 식히는 데 쓰이는 만큼 하천과 해수, 소양강댐 심층수 등 풍부한 냉각 용수도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무엇보다 동해안~수도권을 잇는 초고압직류송전망(HVDC) 구축과 변전 설비 확충이 관건이다. 발전량은 넉넉하지만 이를 모았다가 24시간 안정적으로 내보낼 변전 용량이 부족한 탓에, 강릉 데이터센터도 변전소 문제로 최종 입지 확정이 미뤄지고 있다. 운영비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정부가 검토 중인 전기요금 지역차등제가 조기에 시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데이터센터가 고도로 자동화된 시설이어서 상주 인력이 많지 않다는 점도 과제다. 2013년 춘천에 들어선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도 상주 인력이 적어 일자리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에 데이터를 활용하는 바이오·정밀의료 등 연관 산업과 기업, 연구기관까지 함께 모으는 산업 생태계로 키워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원학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데이터센터를 조성하는 일과 그것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만드는 일은 별개"라며 "운영·보수 인력은 들어오지만 데이터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사람과 기업이 함께 들어오지 않으면 지역이 얻는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춘천은 바이오·정밀의료, 강릉은 천연물 바이오처럼 지역마다 데이터를 접목할 산업을 찾아 연구개발에서 제조까지 이어가야 한다"며 "그런 준비 없이 데이터센터만 유치하면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처럼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 지사는 "국가 메가프로젝트에서 강원이 AI 데이터센터 핵심 부지로 지목된 것은 강원 경제 대전환의 신호탄"이라며 "발전량이 넉넉한 만큼 변전소 같은 남은 과제를 풀어 기업이 가장 빨리 착공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투자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기업을 직접 찾아다니며 추가 투자를 이끌어내는 '강원도 세일즈맨'이 되겠다"고 밝혔다. kees26@fn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