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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맞춤복처럼 편안한 법령

파이낸셜뉴스
조원철 법제처장
조원철 법제처장

해마다 계절이 바뀌면 장롱 속 옷들을 꺼내 정리한다. 작년에는 멋스럽게 입었던 외투도 올해 다시 입으려니 디자인과 색감이 어색하게 느껴져 외출을 망설인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우리 삶을 규율하는 법령도 이와 다르지 않다. 과거에는 합리적이고 타당했던 법령도 세상이 변하고 생활방식이 달라지면, 어느새 몸에 맞지 않는 낡은 옷처럼 우리의 일상을 가로막는 규제가 된다. 법제처는 국민 삶의 접점에 있는 지방정부가 현장의 불편함을 가장 먼저 감지한다는 점에 주목하여 지난겨울,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법령정비 제안창구'를 개설했다. 불합리한 규정이나 입법 미비로 인한 불편사항에 대하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법령 체계를 검토하여 완성도 높은 정비안을 마련한다. 나아가 이렇게 마련된 정비안이 실제 법제화라는 결실을 맺도록 소관부처와 끊임없이 협의하며 최선의 해결책을 찾고 있다.

정비의 손길은 국민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에 따라 세심하게 나뉜다. 먼저 옷의 품을 대대적으로 넓혀야 하는 작업이 있다. 새로운 사회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기존 법령이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거나 상충하는 규정들로 인하여 혼선이 빚어지는 경우다. 예를 들어 음식영업 활성화를 위하여 푸드트럭 영업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으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이 개정되었음에도 영업활동의 기반이 되는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시행령의 행정재산 사용허가 규정은 여전히 기존 영업범위만을 수의계약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정 간 괴리는 현장의 활력을 저해하는 불합리한 장벽이 되어 국민의 일상을 가로막는다.

지방정부의 제안을 토대로 법제처가 정비 필요성을 검토하고 소관부처와 협의한 결과, 현재는 관련 규정의 개정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푸드트럭 영업범위 확대에 맞추어 수의계약 체결 가능 범위가 조정되면, 법령 개정의 취지가 현장에 온전히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옷에 단추가 지나치게 많거나 혼자서 채우기 힘든 위치에 달려 있어 입고 벗기조차 어려운 경우도 있다. 하수도법 시행규칙에 따른 개인하수처리시설의 폐쇄 신고의무가 바로 그런 경우다. 공공하수도 공사로 인해 공공하수도관리청이 개인하수처리시설을 폐쇄한 경우에도 그에 따른 신고의무는 고스란히 개인의 몫으로 남아 있다.

불필요한 단추의 정리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역시나 현장의 공무원이었다. 현장의 날카로운 지적이 정책 개선의 실질적인 열쇠가 되었고, 소관부처는 개인하수처리시설에 대한 전국적 운영 실태를 면밀히 파악한 후 법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수선의 모든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수차례에 걸친 재협의와 설득은 부처 간 벽을 허물고 국민 편익을 실현하기 위한 동력이 된다. 법령 체계를 바로잡는 것은 우리 사회의 꽉 막힌 숨통을 틔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법제처는 국민의 일상이 낡은 법령에 가로막히지 않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소관부처와 협력하며 법령의 매무새를 다듬는 재단사로서 소명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우리가 수선한 법령들은 다시 국민의 삶으로 돌아가 몸에 꼭 맞는 옷처럼 편안하고 안정적인 일상을 지원할 것이다.

조원철 법제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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