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국장은 안 한다고 했는데"…코스피 변동성 혀 내두른 서학개미들 [개미의 세계]
[파이낸셜뉴스] #. 2년 넘게 미국 주식만 해왔다는 직장인 O씨(45)는 평소 "국장은 이래서 안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쪼개기 상장, 대주주 리스크는 물론 외국인 장난에 개미만 당하는 구조라며 쳐다 볼 생각도 안 했다고 한다.
그런데 코스피가 5000을 넘으며 치솟더니 급기야 9000을 바라보고 있다는 뉴스가 매일 들려왔다. 함께 주식을 하던 친구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투자한 계좌의 수익률을 쉼 없이 인증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다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진짜다"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O씨는 결국 올해 봄 국내 주식 계좌를 개설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종목 몇 개를 담았다.
올해 '불장' 분위기 속에서 O씨처럼 미장을 고집하다 국장으로 유턴한 개인 투자자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코스피가 연초 4200선에서 9000선 근처까지 치솟으며 세계 최고 수익률 증시로 부상하면서 미장에 집중됐던 서학개미(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국장으로 분산됐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여기에 국내시장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출시된 RIA계좌도 힘을 보탰다. RIA는 해외주식 매도자금을 원화로 환전해 국내시장에 장기투자하면 한시적으로 해외주식 양도세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계좌다. 국장의 상승세에 'FOMO(Fear Of Missing Out·소외공포)'를 느낀 투자자들이 RIA 계좌 출시를 기회로 복귀에 탄력을 받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코스피가 강세를 이어가던 시기, 국내 증시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외화증권 매수 규모는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특히 코스피 상승세가 두드러졌던 4·5월에는 각각 미국주식 4억6900만달러와 9억3977만달러를 순매도했다.
해외주식을 판 투자자와 국내 주식을 산 개인이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같은 기간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상승률을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 반도체 상승에 자금이 몰린 점이 눈에 띈다.
그러나 한창 상승세를 타던 코스피는 역대급 변동성에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사이드카 총 49회(코스피 31회·코스닥 16회), 서킷브레이커 8회 발동됐을 정도다. 9일 역시 전 거래일 대비 239.85p(3.31%) 오른 7486.64에 시작하며 상승 분위기를 타는 듯하더니 장중 하락과 소폭 반등을 반복하다 혼조세로 마감했다.
이처럼 국장을 기회로 보고 돌아온 서학개미들은 이처럼 극심한 변동성과 마주하며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더구나 미장과 국장을 동시에 보느라 '24시간 투자 지옥'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밤에는 미장 흐름을 체크하느라 잠을 설치고, 낮에는 국장의 롤러코스터에 시달리느라 피로가 두 배로 쌓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식 커뮤니티 등에는 "내가 왜 오랜 신념을 깨고 국장 계좌를 텄는지, 스스로가 원망스럽다"는 자책의 목소리가 자주 들려온다. 국내 증시 변동성에 이들이 다시 미국으로 향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미 서학개미들은 지난 6월, 스페이스X 상장 영향으로 미국주식 2억3366만달러(3619억원)를 사들이며 석 달 만에 순매수로 전환한 바 있어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