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의 Aging in Place] 우리 동네 '웰빙 맵'을 만들어보자
[파이낸셜뉴스] 구청 복지과의 영문명에 복지는 Welfare로 표기되어 있다. 네이버 영한사전에서 Welfare를 검색하면 첫번째가 안녕, 두번째가 복지로 소개된다. 행복과 유의어로도 쓰이는 안녕은 한자로 安寧, 영어로는 Well-Being이다. 복지가 안녕이고, 안녕이 웰빙인 것이다. 우리는 매일 서로에게 '안녕하세요'라며 인사 나눈다. '웰빙하고 있나요'라고 묻는 것이다.
지자체 홈페이지에 들르거나 복지과에 문의하면 우리 동네 복지시설 현황 리스트나 지도를 구할 수 있다. 필자가 살고 일하는 강남구를 예로 들면, 생각보다 촘촘한 여가, 의료, 재가 복지 인프라에 놀란다. 이미 많은 복지 서비스가 우리 집 주변으로 다가와 있음을 알게 된다.
우선, 여가 복지가 있다. 또래의 동네 사람들이랑 다양한 취미 생활과 교양 학습을 하는 곳이다. 구청이 직영하는 평생학습센터 4곳, 위탁 운영하는 평생학습관 3곳 도합 7개가 있다. 올 봄에 'Aging in Place 실전 가이드' 8주 특강도 여기서 진행했다. 65세 이상은 수강료 할인도 해준다. 이 외에도 시니어센터, 노인복지관 이름으로 12곳이나 더 있다.
건강 증진과 의료 복지도 있다. 선정릉역의 시니어플라자 길건너 골목에는, 전국의 256개 치매안심센터 중 하나가 위치한다. 웰에이징센터와 아래위층 활발히 협업 중이다. 치매 예방 교육과 조기 검진, 운동 처방과 맞춤형 프로그램이 원스톱 제공된다. 세곡보건지소는 고령자의 바른 보행과 낙상 예방에 도움되는 노르딕워킹 강습을 5년째 봄가을마다 진행한다. 논현, 역삼, 삼성, 대치동에는 구립 노인요양 센터 3곳과 공동생활가정 1곳이 운영 중이다.
재가 복지도 빼놓을 수 없다. 총 11곳의 구립 데이케어 센터가 주야간 보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상생활 수행능력이나 인지가 저하된 고령자 본인 뿐만 아니라 보호자에게도 큰 힘이 된다. 신설된 민간 센터들을 포함해서, 각 기관별 서비스 품질은 국가의 장기요양보험 홈페이지에서 A~E 평가 등급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당연히 A 등급에 손이 먼저 간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남들 좋다는 복지 정보가 아무리 많아도, 내 스타일이 아니면 쓸모 없다. 나만의 맛집 지도처럼, 내 취향과 여건에 맞춰 먹어보고 검증하며 차곡차곡 정리해야 진정 내 것이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하는 나의 안녕을 위해서, 우리 동네 웰빙 맵을 직접 만들어보자.
먼저, 내 집을 지도 중심에 두자. 치과, 안과, 내과 같은 우리 동네 주치의와 약국부터 표시하자. 무병은 지나친 욕심이고, 노년기 만성 질환을 잘 관리해가기 위함이다. 시니어반 정기 운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피트니스 센터나 보건소도 체크해두자. 단차가 적어서 보행에 제격인 단지내 산책로는 선으로 그어두자. 자연이 깃든 근린공원이나, 야자매트와 데크로 잘 다듬어진 완만한 뒷동산도 좋다.
밥집 표시는 필수다. 삼시 세끼 집밥은 아내도 나도 힘에 겹다. 공공 복지관이나 민간기업 구내식당에서 제공하는 식판 밥이면 충분하다. 영양사가 매일 메뉴를 바꿔가며, 갓 지은 밥과 뜨끈한 국에 신선한 찬들을 차려주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합리적인 가격에 리필도 가능하다. 쾌적한 카페와 오랜 단골 식당들, 그리고 가끔씩 즐길 중식, 일식, 이탈리안 맛집도 지도에 추가하자.
평생학습관도 챙기자. 새로운 배움과 취미를 나누는 남녀노소 이웃들이 가득하다. 노년기의 우울감을 극복하고 정신적 활력을 유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두뇌 학습과 손 훈련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아 인지기능 자극에도 좋다. 방과 후 차도 마시고 밥도 먹다 보면 우리 동네 친구들이 생겨난다. 여력이 된다면 지도에 자원봉사센터를 표시해두고 가끔 들러 내 마음이 끌리는 봉사활동도 시작해보자. 지역사회에서의 참여라는 게 그렇게 거창하지 않고 이렇게 시작될 수도 있다.
우리는 흔히 누가 '잘 산다'고 하면 'Be Rich', 즉 부(富)를 얘기한다. 하지만 진정 잘 산다는 건 글자 그대로 'Be Well', 즉 웰빙(Well-Being)이다. 생활권역이 점차 내 집 주위로 아담해지는 고령자분들께 우리 동네 웰빙 맵을 만들어 보길 추천한다. 종이 지도, 스마트폰 디지털 맵 무엇이든 괜찮다. 노년에 보물 지도가 따로 없다.
김종훈 쉘위파트너스㈜ 대표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