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시황·전망

바닥 밑에 지하실 있다던데..."코스피 진짜 바닥 왔다"는 증권가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코스피가 급락한 지난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제공
코스피가 급락한 지난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최근 코스피가 최고치 대비 20% 넘게 하락하며 조정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이제 바닥을 통과했다"는 진단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극단적인 주가 급락과 수급 충격이 이어졌지만 밸류에이션 지표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낮아진 만큼 반등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다만 빠른 V자 반등보다는 반도체 쏠림을 풀어내는 기간 조정이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신중론도 팽팽히 맞선다.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저평가 구간"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바닥론의 핵심 근거는 역사적으로도 보기 드문 낮은 밸류에이션이다.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6~7배 수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으로, 회사가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주가가 몇 배로 거래되는지를 나타낸다. 숫자가 낮을수록 저평가를 의미한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이 6.8배로 통계적 과매도 구간인 '-2표준편차' 수준에 근접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김 연구원은 "현 PER 6.8배는 글로벌 경기침체를 넘어 최악의 시스템 리스크가 현실화되지 않는 이상 정당화하기 어려운 가격 수준"이라며 "과거 PER이 -2표준편차 이하였던 구간에서는 4주, 13주, 26주, 52주 이후 모두 코스피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조정 폭 자체가 과도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코스피는 지난달 말 이후 약 20% 하락하며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미국 신용등급 강등, 미·중 무역분쟁 등 주요 위기 국면에서 나타났던 최대 낙폭 수준까지 내려왔다. 김 연구원은 "시장의 일시적이고 비이성적인 과민반응은 코스피 7300선 안팎에서 진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구간을 '진바닥'으로 지목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지난 달 19일 장중 9114선에서 이달 8일 7246선까지 20.5% 하락했다"며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평균적인 조정 수준에 도달한 만큼 추가 하락세는 진정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근 급락이 국내 경기나 기업 펀더멘털의 훼손 때문이 아니라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국내 반도체주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제외하면 글로벌 증시 전반에서는 대규모 조정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자 전략으로는 AI·반도체 대표주를 최우선으로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현 시장 박스권 진바닥 통과 과정에서는 AI·반도체 밸류체인 대표주에 집중하는 전략이 가장 유효하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삼성전기, 두산, 한미반도체, LG이노텍, 이수페타시스, 대덕전자 등을 주요 관심 종목으로 제시했다.

vs "조정 기간 거칠 것"

다만 지수의 빠른 반등보다는 기간 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이번 하락이 소수 반도체 종목에 집중됐던 수급이 풀리는 과정에서 나타난 만큼, 시장이 안정을 되찾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코스피 상승분의 78.3%를 차지했다. 이는 대만 TSMC의 증시 상승 기여율 38.9%, 일본 키오시아·소프트뱅크 합산 36.8%, 미국 대형 기술주 7개 종목의 13.4%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두 반도체주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달 25일 한때 58%까지 치솟았다. 소수 종목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상승장에서 지수를 끌어올린 동시에 하방 위험도 함께 키웠다는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을 뜻하는 '버핏 지수'는 지난 달 코스피 기준 221%로 2000년부터 2025년까지 평균인 70.2%를 크게 웃돈다. 버핏 지수는 세계적 투자자 워런 버핏이 "특정 시점의 주가 수준이 고평가인지 저평가인지를 측정할 수 있는 최고의 단일 지표"라고 평가하면서 그의 이름이 붙은 거시경제 지표다.

허 연구원은 코스피가 단기간에 전고점을 회복하기보다 기간 조정을 거치며 반도체 초집중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코스피의 예상 PER은 8.6배로 지난해 4월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왔고, 두 종목의 예상 PER도 4~5배까지 낮아졌다. 반도체뿐 아니라 다른 업종의 가격 매력도 함께 높아졌다는 평가다.
향후 증시의 방향을 가를 변수로는 거시경제 환경 개선이 지목됐다. 김 연구원은 "코스피가 다시 전고점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미국 물가 안정과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완화, 시장금리 하락 등이 필요하다"며 8~9월 발표될 미국 물가지표를 핵심 변수로 꼽았다. 그는 "4분기 들어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와 금리 안정이 이어질 경우 증시도 산타랠리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코스피 #하락 #증권가 #바닥 #조정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