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은 안 닫겠다"…폭스바겐, 10만명 감원 강행
블루메 CEO, 공장 폐쇄 대신 대규모 감원 추진 공식화
독일 공장 비용 20% 절감에도 추가 구조조정 불가피 판단
연간 생산능력 1000만대→900만대, 차종도 최대 절반 축소
노조·주정부 반발로 9월까지 노사 충돌 장기화 전망
[파이낸셜뉴스]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그룹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이어가면서도 공장 폐쇄는 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노조와 정치권의 거센 반발을 의식해 생산기지는 유지하되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으로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12일(현지시간) 독일 일간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공장을 닫는 것보다 더 현명한 해결책이 있다"며 "지난해 독일 공장의 비용을 평균 20%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어느 때보다 어렵다며 공장 폐쇄를 제외한 구조조정은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다만 인력 감축 규모는 당초 알려진 수준보다 훨씬 커질 전망이다. 블루메 CEO는 13일 사내 공지를 통해 기존 계획을 포함해 약 10만명의 감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전 세계 직원 약 65만7000명의 15%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는 폭스바겐의 간접비가 경쟁 업체보다 약 20% 높다며 "노동비용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이론적으로 전 세계에서 약 5만개의 일자리를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룹 산하 모든 브랜드와 계열사를 대상으로 추가 인력 조정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블루메 CEO는 또 엠덴, 하노버, 츠비카우, 네카어줄름 등 독일 공장 4곳은 현재 생산 물량으로는 2030년대 이후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폭스바겐은 최근 연간 생산능력을 기존 1000만대에서 900만대로 줄이고 차종도 단계적으로 최대 절반까지 축소하는 방안을 감독이사회에 보고했다. 당초 직원 5만명 감원과 공장 2곳 생산 중단을 추진했던 계획보다 구조조정 강도가 한층 높아진 셈이다.
하지만 노사 합의는 아직 요원하다. 독일 언론들은 감독이사회에서 직원 대표와 2대 주주인 니더작센 주정부가 경영진의 비용 절감안을 부결시켰다고 전했다. 현지 방송 NDR은 오는 9월 감독이사회 전까지 노사 간 타협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노조는 지난해 3만5000명 감원과 독일 공장 2곳의 생산 중단에는 동의했지만 이번처럼 감원 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에는 반대하고 있다. 니더작센주 정부 역시 지역 일자리와 생산시설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올라프 리스 주총리는 "공장 폐쇄를 손쉬운 해결책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폭스바겐은 공장 폐쇄 대신 활용 방안을 찾고 있다. 방산업체에 생산시설을 매각하거나 중국에서만 생산하던 일부 차종을 독일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제약도 적지 않다. 생산이 중단된 오스나브뤼크 공장의 라인메탈 매각 협상은 이미 결렬됐고, 또 다른 후보인 이스라엘 방산업체 라파엘 어드밴스트 시스템스와의 거래는 3대 주주인 카타르투자청(QIA)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카타르는 가자지구 전쟁 휴전 중재국인 반면 이스라엘과는 외교 관계가 없어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민간 자동차 공장을 방산 생산기지로 전환하는 구상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며 "폭스바겐의 구조조정이 비용 절감을 넘어 국제 정세의 영향을 받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