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이상 96%가 스마트폰 쓰지만...기차표 예약도 키오스크도 "얘야, 대신 해다오"
[파이낸셜뉴스] #. 불쑥 서울로 찾아온 절친이자 사돈 지간인 금순(김영옥)을 데리고 햄버거 가게에 간 은심(나문희)은 키오스크를 심각하게 바라보다 익숙한 척 주문한다. 거침없이 햄버거를 주문하는 은심의 모습에 금순은 "서울 여자는 다르다"며 감탄하지만, 결과는 콜라도 감자튀김도 없이 덩그러니 놓인 햄버거 단품 5개였다. 결국 두 사람은 목이 메여 햄버거를 제대로 삼키지 못했다.
2024년 개봉한 영화 '소풍'의 한 장면이다. 최성희씨(49)는 2년 전 부모님과 함께 이 영화를 본 뒤 극장 근처 햄버거 매장을 찾았다. 여든을 앞둔 부모님도 같은 상황을 경험할 거라 걱정이 돼 사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매장 안 손님이 많지 않아 여유 있게 알려줄 수 있었다.
최근 최씨는 부모님과 다시 식당에 갔다가 2년 전 일이 데자뷔처럼 떠올랐다. 테이블에 놓인 태블릿오더 기기에 당황한 부모님이 주문을 포기하는 모습에 최씨는 좌절을 경험했다.
대한민국은 '초연결 사회'의 정점을 달리고 있다. 올해 4월 말 기준, 행정안전부에 등록된 대한민국 주민등록 총인구는 약 5109만명이다. 흥미로운 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같은 기간 국내 스마트폰 가입 회선 수를 집계한 결과, 총인구 수보다 많은 약 5709만개에 달했다는 점이다. 국민 1인당 최소 1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보유 및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13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2026년 스마트폰 사용률 조사' 결과 역시 다르지 않았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국민의 스마트폰 사용률은 무려 9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 23일부터 6월 11일까지 면접조사원 인터뷰(CAPI) 방식으로 전국(제주 제외) 만 13세 이상 17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눈여겨 볼 점은 고령층의 변화다. 이번 조사에서 60대 이상의 스마트폰 사용률은 96%로 나타났는데, 이는 스마트폰 도입 초기이자 조사를 처음 시작한 2012년 1월에 비해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치다. 당시 스마트폰 사용률에서는 현격한 '세대 격차'가 드러났다. 20대(88%)와 30대(77%)에 비해 60대 이상 고령층의 사용률은 고작 13%에 불과했다.
2016년 하반기 전체 성인의 스마트폰 사용률이 90%를 돌파한 것을 기점으로, 60대 이상의 보급률도 가파른 수직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2022년엔 60대 이상도 90% 고지를 넘어섰고, 2024년 96%에 도달한 뒤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제 버스나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거나 메시지를 주고받는 고령층 인구의 모습은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손에 쥐었다고 해서 디지털 세상의 온전한 일원이 된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 사용률 96%에도 실생활의 예약이나 결제 앞에서는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직장인 김모씨(39)는 주말마다 지방에 계신 어머니의 '디지털 비서'가 된다. 어머니는 '카톡'으로 수시로 사진을 주고 받고 유튜브로 음악을 즐겨 듣는 스마트폰 이용자지만, 서울행 KTX 표를 예매하거나 동네 병원 예약을 잡을 때는 번번이 김씨에게 전화를 건다. 급하게 은행 앱을 써야 하는데 김씨와 연락이 되지 않아 근처 스마트폰 대리점으로 달려가 부탁한 적도 여러 번이다.
김씨는 "어머니에게 최신형 스마트폰을 사드렸는데, 카톡 등은 잘 하시면서도 복잡한 인증 절차가 나오거나 결제창이 뜨면 겁부터 내신다"며 "결국 실생활에 필요한 중요한 업무는 자식들이 대리인 역할을 해야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로 고령층의 스마트폰 활용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지난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5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취약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 대비 77.9%를 기록했다. 중요한 건 고령층의 경우 저소득층(97.0%), 장애인(84.1%), 농어민(80.6%) 등 다른 취약계층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71.8%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소통(카카오톡)과 여가(유튜브)의 영역에서는 높은 활용도를 보이지만, 금융·소비·행정 등 생활 필수 영역으로 넘어가면 장벽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유선주 한국디지털문해교육협회 대표는 "스마트폰을 취미로 사용하는 비율이 많이 늘어난 데 비해 실생활에서의 활용률은 제한적"이라며 "가령 택시 호출 앱도 고령층으로 갈수록 사용률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고령층이 스마트폰 활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주된 이유는 복잡한 사용자환경(UI)과 사용자경험(UX), 낯설고 어려운 용어가 주는 불안감, 스미싱·피싱 등에 대한 우려 등이 손꼽힌다.
유 대표는 "고령층의 스마트폰 활용은 지역이나 연령별로도 편차가 큰 편"이라며 "고령층이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UX나 UI를 간단명료하게 개선하고 익숙한 용어를 사용하는 게 필요하다. 또 앱 사용 시 진입 단계를 최소화하거나, 고령층에게 적합한 '쉬운 모드'를 마련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