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김어준 '전 채널A기자 명예훼손' 1심 벌금형 "여론 왜곡, 죄질 불량"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2020년 라디오·유튜브서 총 6차례 허위 발언
'단순 논평' 주장 배척…"의견 아닌 사실적시"
대화 녹음파일 증거 인정 "허위성 미필적 인식"
여론 왜곡으로 죄질 불량…피해자 부당취재 참작
경찰 불송치 결정, 검찰 재수사 요청에 수사 재개

방송인 김어준씨가 14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명예훼손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방송인 김어준씨가 14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명예훼손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방송인 김어준씨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4단독(강경묵 판사)은 이날 오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그간 무죄를 주장해 온 김씨 측의 방어 논리를 재판부가 정면으로 뒤집은 점이다. 김씨는 자신의 발언이 '검언유착 의혹'이라는 공적 관심사에 대한 의견 표명이자, 단순 논평에 불과하다고 주장해 왔다.

재판부는 방송 당시 표현과 맥락을 살펴본 결과, 김씨의 발언은 단순한 의견 표명이 아닌 사실 적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김씨가 평소 존댓말로 방송을 진행하다가, 이 전 기자의 발언을 언급하는 순간에만 반말을 섞어 쓴 점을 결정적인 근거로 꼽았다. 법원은 이러한 말투의 변화가 청취자들로 하여금 김씨가 이 전 기자의 말을 직접 전달하고 있다고 믿게 했을 것이며, 이를 단순한 해석이나 논평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다.

쟁점이 됐던 발언의 허위성 여부도 가려졌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발언 내용이 허위임을 증명할 수 있는 적법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사기관이 녹음파일 사본을 확보하게 된 경위와 그간의 관련 사건 진행 과정을 면밀히 검토했을 때 해당 파일들이 원본과 동일하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됐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재판부는 김씨에게 비방 목적의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시했다. 김씨가 당시 관련 보도를 통해 사안을 잘 알고 있었고 증거 확보가 용이했음에도, 녹음파일과 다른 내용을 장기간 방송하며 허위성을 인지한 채 비방할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다.

강 판사는 김씨의 발언이 사회적으로 미친 파장이 적지 않음을 지적하며 엄중한 책임을 물었다. 그는 "범행 횟수가 적지 않다"며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하기 위해 허위 사실을 공표함으로써 여론 형성 과정을 왜곡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전 기자의 당시 취재 활동에 부당한 면이 있었다는 점은 김씨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밝혔다.

한편 법정을 나선 김씨는 '선고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비방 목적을 인정하는지', '허위 사실을 유포한 점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있는지', '피해자에게 할 말이 있는지', '항소할 계획이 있는지'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서둘러 준비된 차량에 탑승한 채 법원을 빠져나갔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을 구형한 바 있다.

김씨는 지난 2020년 4월부터 10월까지 이 전 기자가 수감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유시민에게 돈을 줬다고 하라"고 종용하거나 협박했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라디오 방송과 유튜브에서 총 6차례 해, 이 전 기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지난 2022년 2월 이 전 기자가 김씨를 고소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초기 수사를 맡은 경찰은 같은 해 10월 김씨에게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고의성이 없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듬해 1월 검찰의 재수사 요청에 따라 다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2023년 9월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지난 2024년 4월 김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email protected] 서지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