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묵시적 합의" VS "협의 없어"...'무상 여론조사' 같은 사건에 판단 엇갈렸다

정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정치자금법 '합의' 두고
"묵시적 합의" VS "명시적 계약 없어"
김영선 전 의원 공천 영향력 두고도
법원 판단 엇갈려
16일 김건희 대법 선고 주목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정치브로커 명태균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게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한 이른바 '무상 여론조사 제공' 사건을 두고 법원 내부에서 판단이 엇갈렸다. 김건희 여사를 담당한 재판부들은 해당 사건이 명씨의 '영업 활동 일환'이라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담당 재판부는 이들의 정치적 목적에 의한 합의가 있었다며 유죄로 본 것이다. 같은 사건을 두고 판단이 엇갈린 만큼, 오는 16일로 예정된 김 여사의 대법원 선고가 주목된다.

■ "합의 증명 안돼" VS "암묵적 의사 합치"

14일 파이낸셜뉴스가 확보한 윤 전 대통령의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씨가 묵시적 합의를 통해 여론조사를 진행했다고 판단했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판례를 비춰보면,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씨 사이에 여론조사 관련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의뢰 또는 협의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씨 사이에 여론조사 제공에 관한 순차적, 암묵적 의사 합치가 이뤄졌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의사 합치 날짜를 지난 2021년 6월로 특정했다.

하지만 김 여사의 1심과 2심 재판부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윤 전 대통령과 명씨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만으로는, 여론조사 실시 협의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요청이 없었음에도, 명씨가 단독으로 이를 수행한 것이라 봤다. 2심 재판부는 "명씨가 윤 전 대통령에게 한 문자메시지는 여론조사 표본추출방식을 설명하는 것일 뿐, 여론조사를 의뢰했거나 실시에 관해 협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검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와 여론조사에 대해 합의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비용을 정치자금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윤 전 대통령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여론조사 비용을 면제받음으로써, 비용인 2790여만원의 이득을 봤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김 여사 재판부는 이를 통해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얻은 이득이 없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 김영선 공천 약속 두고도 엇갈려

김영선 전 국민의힘 공천 개입 여부에 대한 판단도 다르게 했다.

윤 전 대통령 재판부는 명씨로부터 받은 무상 여론조사로 인해,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의원 공천에 영향력을 일부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이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 전 의원을 언급했고,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었던 장제원 의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 또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명씨는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김 전 의원 공천을 부탁하는 등 많은 노력을 했는데, 이는 공천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윤 전 대통령도 명씨의 부탁에 따라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비록 명씨가 윤 전 대통령에게 무상 여론조사 뿐만 아니라 정치권 인사와 연결, 선거 조언 등 여러 방면으로 도움을 줬지만, 무상 여론조사가 공천 영향력 행사의 이유 중 하나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김 여사 재판부들은 다른 판단을 했다. 명씨가 김 전 의원 공천을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요청했더라도, 이를 약속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특검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미래한국연구소 또는 명씨가 윤 전 대통령을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해 주는 대가로 김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을 약속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실제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의원 공천을 위하여 상당한 노력을 한 사실이 인정될 뿐,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여론조사를 실시해 주는 대가로 김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을 약속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약속하였는지 여부는 이 부분 공소사실의 구성요건이 아닌 명씨의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지지나 그를 위한 정치적 활동의 동기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김 여사를 공동정범으로 봐야하는지에 대한 판단도 상이했다.

윤 전 대통령 재판부는 김 여사가 직접 명씨와 소통하고, 소통한 내용을 윤 전 대통령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한 점에 주목했다. 김 여사가 핵심적 경과를 조정하거나 촉진하는 등으로 지배해 자신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정치활동을 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공동가공의 의사와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해 범죄를 실행했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여사 1·2심 재판부는 김 여사를 '정치활동을 하는 자'로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윤 전 대통령 당선을 도왔다고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는 정치활동을 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공동정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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