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자격 없어도 됩니다" 요즘 로펌들이 찾는 인재상
K방산·조선 호황에 판 커지자
軍·방위산업체 출신 적극 영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국면 들어
금감원·금융위 라인 대폭 보강
국내 대형 로펌들이 올해 상반기 재판소원, 방위산업, 가상자산 등 새로 열리는 법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인재 영입 전쟁에 돌입했다.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해군참모총장, 방위사업청장 등 최고위급 전관들이 대거 로펌행을 택하면서 영입 경쟁의 '체급' 자체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헌재 출신·방산 줄줄이 로펌행
14일 파이낸셜뉴스가 김앤장·태평양·광장·세종·율촌·화우·지평·바른 등 8개 대형 로펌의 상반기 인재 영입 현황을 취합·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영입 시장은 재판소원 제도 대응 경쟁이 컸다. 그동안 대법원 출신 전관에 대한 영입 수요가 컸다면 새롭게 시행되는 재판소원 제도에 따라 헌재 출신 인력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율촌은 김이수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고문으로 영입했고, 광장은 헌재사무차장을 지낸 김정원 변호사를 필두로 헌법재판팀을 공식 출범시켰다. 세종은 헌재 수석부장연구관 출신 신동승 변호사와 부장연구관을 지낸 김현영 변호사를, 화우는 헌재 선임연구관 출신 류지현 변호사를 각각 스카웃했다. 지평은 기존 헌법행정팀을 재판소원센터로 확대 개편했고, 바른도 재판소원대응전담팀을 신설했다.
시장 반응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율촌은 녹십자를 대리해 재판소원 제도 신설 후 최초로 전원재판부 심판 회부 결정을 이끌어냈다. 제도 시행 초기 실적이 향후 시장 주도권을 좌우할 것이라는 판단에 로펌마다 헌재 출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방산 4대 강국 진입' 기조와 방산 수출 확대에 힘입어 방산·국방 분야도 영입 경쟁이 집중됐다. 가장 공격적인 곳은 세종이다. 세종은 김정수 전 해군참모총장, 이창희 전 국방기술품질원장, 강중희 전 방위사업청 항공기사업부장을 잇따라 영입했고, 초대 공군검찰단장 출신 김영훈 변호사(연수원 37기)를 중심으로 방산·국방팀을 대폭 보강했다.
광장은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을 고문에 합류시켰으며, 지평은 방위사업청 계약관리본부장과 미래전력사업본부장을 지낸 손형찬 고문을 영입해 글로벌방산안보팀의 자문 범위를 국방 계약·재정 영역까지 넓혔다. 화우는 방위산업체 출신 변호사들을 앞세워 공공계약센터(방산·건설)를 설립했으며, 바른도 방산·조선 분야 전문 이채준 변호사(32기)를 영입했다.
■가상자산 금융맨·경찰전관 영입전
디지털자산 제도화 국면에서는 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의 가상자산 담당 라인이 집중 영입 대상이 됐다. 광장은 금감원 가상자산검사·감독 준비단 태스크포스(TF)에 몸담았던 한서희 변호사(39기)와 금감원 가상자산감독총괄팀장 출신 안병남 수석전문위원을 축으로 단일 센터 기준 국내 최대 규모의 디지털자산센터를 출범시켰다. 율촌도 금감원과 두나무를 거친 이영혜 변호사(40기)를 영입하고 디지털자산센터와 자금세탁방지(AML)팀을 확대했다.
화우는 금감원 자금세탁방지실장 출신 박상현 고문과 함께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AML 컨설팅팀을 통째로 영입하는 '팀 단위 인수' 방식으로 AML·내부통제솔루션센터를 출범시켰다. 김앤장은 개별 영입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 최대 규모인 100여명의 전문 인력을 배치한 금융리스크컨설팅센터를 지난 4월 출범시키며 맞불을 놨다.
형사 대응 분야에서는 검찰 일변도였던 영입 관행이 경찰로 확장되는 흐름이 뚜렷했다. 화우는 경찰·공정거래·노동을 '3대 메가 영입 프로젝트' 분야로 명시하고 울산남부경찰서장 출신 김상문 변호사를 영입했다. 율촌은 유진규 전 인천경찰청장을 고문으로, 경기남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장 출신 한원횡 변호사(34기)를 각각 영입했다. 수사권 구조 재편으로 경찰 단계 대응 수요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고위 전관 영입도 이어졌다. 광장은 서울고검장 출신 김후곤 대표변호사(25기)를 영입해 중대재해 대응센터장을 맡겼고,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 최재만 변호사(36기) 등 검사 출신 4명을 형사 라인에 보강했다. 화우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출신 이성식 변호사를 영입했다.
■차관·협회장·은행 대표 등 고문으로
변호사 자격과 무관한 고위 관료·금융인 영입이 늘어난 점도 올해 특징이다.
광장은 여신금융협회장을 지낸 정완규 고문과 산업은행 수석부행장 출신 최대현 고문을, 율촌은 강도태 전 보건복지부 2차관을 영입했다. 화우는 KB국민은행 기업금융영업그룹 대표 출신 심재송 고문을 데려왔고, 광장과 지평은 나란히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 출신 인사를 헬스케어 분야에 배치했다.
노동 분야에서는 광장이 이정우 변호사(37기)를 영입하면서 기존 노동그룹을 노동컴플라이언스팀과 노동송무팀으로 세분화하는 조직 재편을 단행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집단적 노사관계 자문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대응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