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視角] 핵심역량 위에 미래를 세워라
"기업은 제품이 아니라 핵심역량으로 경쟁한다." 경영학자 C K 프라할라드와 게리 하멜은 1990년 '핵심역량' 이론을 통해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은 새로운 사업이 아니라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본질적 역량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사업은 바뀔 수 있지만 핵심역량을 잃으면 기업은 방향을 잃는다. 30여년 전 제시된 이 명제는 오늘날 포스코가 내세운 '소재보국' 전략을 바라보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포스코는 최근 철강 중심 기업을 넘어 리튬과 니켈, 이차전지 소재, 에너지 사업을 아우르는 '트리플 코어' 전략을 제시했다. '철강보국'을 넘어 '소재보국'으로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를 뒷받침하겠다는 선언이다. 반세기 전 철강이 산업화의 쌀이었다면, 앞으로는 핵심광물과 첨단소재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 방향에 이견을 달기는 어렵다. 중국의 공급과잉은 세계 철강시장을 뒤흔들고 있고, 미국과 유럽의 보호무역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전환도 철강업계의 부담을 키운다. 리튬과 니켈, 에너지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포스코의 선택은 이러한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소재보국은 철강을 넘어서는 전략인가, 아니면 철강 위에 세워지는 전략인가.
이 질문에 시사점을 주는 사례가 일본제철이다. 일본 기자 우에사카 요시후미는 '일본제철의 환생'에서 2020년 사상 최대 적자에 빠졌던 일본제철이 불과 2년 만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과정을 추적한다.
많은 사람은 일본제철이 새로운 사업을 통해 부활했다고 생각하지만 책이 보여주는 현실은 다르다. 일본제철은 철강을 버리지 않았다. 저가수주를 줄이고 수익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으며, 적자 설비를 정리하는 대신 자동차용 초고장력강과 전기강판, 에너지용 강재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역량을 집중했다. 결국 일본제철을 살린 것은 사업 다각화가 아니라 핵심역량의 고도화였다.
물론 포스코가 일본제철의 길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포스코는 철강과 리튬, 니켈, 에너지라는 서로 다른 축을 연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철강에서 축적한 기술과 자본을 기반으로 미래 소재 산업을 키운다면 이는 단순한 사업 다각화가 아니라 대한민국 제조업 공급망을 확장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새로운 성장축이 성공하려면 반드시 전제가 필요하다. 기존 핵심역량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리튬과 니켈은 미래 산업의 핵심 자원이지만 가격 변동성이 큰 시장이다. 배터리 산업 역시 기술 변화와 수요 변화에 따라 사이클을 반복한다. 최근 몇 년간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변동은 신사업 역시 안정적인 성장만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핵심역량과 연결되지 않은 확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도시바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도시바는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제조 기업으로 반도체, 전자기기, 인프라 분야에서 오랜 기술력을 쌓아왔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었다. 그러나 성장정체를 돌파하기 위해 원자력 사업 등 대규모 신규 사업 확대에 나섰고,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 인수 이후 예상하지 못한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문제는 원자력 사업 자체가 아니라 새로운 사업이 도시바가 오랫동안 축적해온 핵심역량과 얼마나 연결돼 있었느냐였다. 반도체와 전자 기술에서 쌓은 강점과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역량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포스코는 창립 이후 '철강보국'이라는 사명으로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었다. 오늘날 '소재보국'은 그 사명의 연장선에 있다. 철강보국을 버리고 소재보국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철강이라는 세계적 경쟁력을 기반으로 소재보국을 완성하는 길이어야 한다. 소재보국은 철강보국의 종언이 아니라 진화다.
padet80@fn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