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찾지 말라" 의문의 여성...42년 기다림 된 텐트 치는 5분[잃어버린 가족찾기]
경남 밀양 유천강변서 정문철군 실종
아버지 정씨 "텐트치는 사이 아이 사라져"
"문철이 살아만 있으면 더 바랄 게 없다"
[파이낸셜뉴스] 1984년 여름, 경남 밀양의 한 강변에서 가족과 함께 수련회에 참석했던 네 살 아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4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족은 아들의 행방을 알지 못한 채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정문철군(실종 당시 만 4세·사진)은 1984년 7월 27일 경남 밀양시 상동면 유천강변에서 실종됐다. 당시 부산 북구 주례동(현 사상구 주례동)에서 음악학원을 운영하던 어머니는 원생들과 함께 여름 수련회를 떠났고, 문철군도 부모를 따라 현장을 찾았다.
수련회 장소는 여름철 피서객이 많이 찾는 유천강변이었다. 하루 전 현장 답사까지 마친 뒤 원생들과 함께 기차를 타고 밀양에 도착한 가족은 강변에 천막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문철군은 아버지 정상봉씨가 텐트를 치는 짧은 시간 사이 자취를 감췄다.
정씨는 "텐트를 치는 데 5~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는데...끝나고 돌아보니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며 "주변을 샅샅이 뒤지고 이름을 부르며 찾아다녔지만 어디에서도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 강변에는 피서객들이 적지 않았는데도 문철이를 봤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순식간에 아이가 사라진 상황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종 직후 가족은 물놀이 장소였던 만큼 익사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강변 일대를 수색했다. 경찰에도 신고했지만 별다른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 정씨는 며칠 동안 현장에 머물며 수색을 이어갔으나 끝내 아들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종 일주일가량이 지났을 무렵에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당시 신문에 게재한 실종 아동 찾기 광고를 본 것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전화를 걸어 "아이를 데리고 있으니 찾지 말라"는 말을 남긴 뒤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정씨는 "아내가 직접 전화를 받았는데 여성 목소리였다"며 "그 말을 남기고 바로 끊어버렸고 이후로는 어떤 연락도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전화 추적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발신자를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
아들을 찾기 위해 가족은 생업마저 뒤로 미뤘다. 공무원이었던 정씨는 사건 이후 아들 수색에 전념했고, 어머니가 운영하던 음악학원도 결국 문을 닫았다. 이후 전국의 고아원과 아동보호시설, 관계기관을 찾아다니며 수십년 동안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현재 문철군 가족의 유전자 정보는 경찰과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등록돼 있다. 정씨는 "부모는 할 수 있는 절차를 모두 마쳤다"며 "문철이가 살아 있다면 본인이 유전자 검사를 받는 순간 가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철군은 실종 당시 둥근 얼굴에 온순한 인상을 지녔으며 웃을 때 보조개가 생겼다고 한다. 어린 시절 머리 뒤쪽 종기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 후두부에 흉터가 남아 있는 것도 특징이다.
정씨는 문철군이 기사를 통해 부모를 떠올릴 수 있는 단서로 음악학원을 꼽았다. 그는 "문철이는 학원에서 원생들과 함께 피아노를 치고 놀며 자랐다"며 "부모가 음악학원을 운영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우리 가족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80세가 된 아버지는 여전히 아들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문철이가 살아만 있다면 다른 것은 바라지 않는다"며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꼭 한 번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