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연장·피자 주문해 놓고…"강간당했다" 신고, 알고 보니…[사건실화]
전 남친 지인과 두 달간 연인으로 교제...법원 "무고" 징역 10개월
남친과 재결합 후 추궁당하자 성폭행으로 고소
[파이낸셜뉴스] 2022년 5월 30일 서울 강서경찰서를 찾은 김모씨(47)는 전 남자친구의 지인인 박모씨가 술에 약물을 타 정신을 잃게 한 뒤 성폭행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김씨는 같은 해 2월 20일 박씨와 술을 마시다 기억이 끊겼고, 정신을 차려보니 모텔 침대에 옷이 벗겨진 채 누워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 조사에서 박씨가 자신을 반항하지 못하게 한 뒤 강제로 성관계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같은 해 6월 27일에도 박씨에 대해 재차 고소하는 취지로 진술서를 냈다. 약 두 달 전인 4월 12일 박씨가 술에 약물을 넣어 자신을 의식불명 상태로 만든 뒤 집으로 데려가 준강간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고소 내용과 배치되는 정황이 잇따라 확인됐다.
박씨는 김씨가 2021년 7월께부터 교제해 온 남자친구 이모씨(56)와 선후배 사이였으며, 김씨는 남자친구의 소개로 박씨를 알게 됐다.
김씨는 첫 범행이 있었다고 주장한 2022년 2월 20일에도 남자친구와 사귀는 상태였지만, 남자친구의 과거에 대해 물어볼 일이 있다며 박씨와 만났다. 두 사람은 초밥을 먹고 노래방에서 술을 마신 뒤 모텔로 향했다. 이들은 모텔 대실 시간을 연장했을 뿐 아니라, 피자 등 음식을 배달시켜 먹은 뒤 함께 씻고 나와 한정식집에서 저녁 식사까지 했다.
이날을 계기로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김씨는 같은 해 2월 하순께 남자친구와 헤어졌고, 박씨와는 4월 말이나 5월 초까지 교제를 이어갔다. 두 사람은 합의하에 여러 차례 성관계를 가졌고, 금전 거래도 했다. 또 김씨는 두 번째 피해일로 지목한 4월 12일 전날부터 박씨 집에 2박 3일간 머물며 같이 참치집·노래방 등을 다녔다.
이후 3개월여 만에 박씨와 결별한 김씨는 5월 10일 옛 남자친구와 다시 교제하기 시작했다.
2022년 5월 중순께부터 김씨 집에 들어와 생활한 남자친구는 김씨에게 박씨를 만난 적이 있는지 거듭 캐물었다. 같은 달 29일 김씨가 박씨에게 돈을 빌려준 사실을 털어놓자 남자친구는 김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두 사람이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확인했다. 이후 남자친구는 박씨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수개월간 김씨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했다.
결국 김씨는 박씨와 모텔에 간 일도 고백했으며, 남자친구는 박씨에게 "넌 내가 죽인다"·"집에 가서 난도질한다" 등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김씨도 박씨에게 "일이 이렇게 커지지 않길 원했는데 또 매만 죽도록 맞았다"며 "강간이 맞는 것 같아 신고를 한다"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하고 이튿날 고소장을 제출했다.
아울러 김씨가 박씨의 물건을 대신 주문한 적이 있다고 말하자 남자친구는 '박씨의 주소를 아는지', '집에도 갔는지' 등을 추궁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박씨 집에서 지내면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남자친구는 또다시 박씨에게 폭언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수차례 보냈고, 김씨는 박씨를 추가로 고소했다.
수사 결과 김씨의 모발에서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이 검출됐지만, 불면증으로 해당 약물을 복용한 이력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씨는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는데 기억이 나지 않아 박씨가 술에 약물을 탄 것으로 생각했다"면서도 "박씨가 직접 약물을 넣는 장면을 본 것은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2022년 8월 박씨의 강간·준강간 혐의를 불송치했다. 김씨가 이의를 제기했으나 검찰도 2023년 9월 박씨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김범진 판사)은 무고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에게는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신의 신고 내용이 허위이거나 적어도 허위일 가능성이 있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사실관계를 면밀히 확인하기보다 '평소 술을 마시고 기억이 끊긴 적이 없으므로 약물 외에는 기억상실이 발생할 수 없다'는 의심이나 추정만을 가지고 박씨가 준강간했다고 단정해 고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고죄는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심판 기능을 해하고 피무고자로 하여금 부당한 형사처분을 받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범죄로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범행 수법이나 내용, 횟수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밝혔다.
또한 "김씨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면서 무고 범행을 부인하고 있으며 피고인들은 박씨와 합의하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이씨가 잘못을 인정하는 점과 김씨는 과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양형 이유로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박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