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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찍었는데도 '샐고' 계속하는 이유…주식 때문에 병드는 마음 [개미의 세계]

김희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

[파이낸셜뉴스] # 직장인 A씨(45)는 최근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쓴소리를 들었다. 저녁식사 시간 내내 애프터마켓을 확인하느라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는 A씨의 모습에 친구들이 불만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A씨는 "회사에서도 정신 차려보면 계속 주가를 검색하고 있다"며 "불장일 때는 주식이 오르는 재미에 계속 봤는데, 최근 주가가 내려가면서 물타기를 잘못 하는 바람에 더 자주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다. 거의 중독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포모가 만든 우울증

A씨만의 얘기는 아니었다. 'FOMO(Fear Of Missing Out·소외공포)' 현상을 유발하던 불장에 급락장으로 전환하면서 투자 손실로 인해 주식 우울증을 호소하거나, 주식 중독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이 늘었다는 한 정신과 전문의의 발언이 최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에 출연해 주식 투자 실패 경험을 공개했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박종석 원장은 지난 14일 YTN 라디오 '조태현의 생생경제'에서 "지난주 목요일부터 주식 중독이나 주식 손실, 주식 우울증 등 주식 문제로 오시는 신규 손님들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종석 원장은 지난해 12월 '유퀴즈'에서 2017~2018년 주식 중독을 겪었으며, 투자 손실이 3억2000만원에 달했다고 고백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주식 중독과 우울증 증세를 설명하며, 주식에서 손실을 본 투자자는 "'남이 몇억원의 수익을 봤다'는 말에 뇌가 칼에 찔리거나 불에 데는 것과 같은 통증이 온다"며 "전치 4주 수준의 통증이라는 게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손실 종목에 과도하게 '물타기'를 하는 행위나 레버리지 상품을 무리하게 담는 투자 방식, 신용 미수나 선물 옵션 같은 파생 상품에 과도한 투자를 하는 것도 주식 중독을 의심할 수 있는 증세라고 덧붙였다.

"한 번 시작하면 빠져나오기 힘들다"…대체 왜?

박서희정신건강의학과의원의 전문의 박서희 대표원장도 주식 중독에 대해 "평소에 스트레스가 많거나 생활이 불안정한 상태일수록 통제감을 원하고, 또 안정감을 느끼고자 하기 때문에 주식에 깊이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서희 원장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박서희 정신과의사'에 최근 '주식이 위험한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유하고 "주식을 하면 손실이 스트레스가 되고, 생활이 궁핍해지면 다시 주식을 찾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라고 짚었다.

/사진=유튜브 '박서희 정신과의사' 갈무리
/사진=유튜브 '박서희 정신과의사' 갈무리

그는 주식에서 쉽게 빠져나오기 힘든 이유로 도파민과 통제감, 간헐적 강화, 손실회피 편향의 네 가지 원인을 제시했다. '중독 호르몬'으로 알려진 도파민은 뇌의 신경전달물질로 행복이 아닌 기대감에 반응해 동기와 쾌감을 만든다. 박 원장은 "올랐으면 오르는 대로, 떨어졌으면 떨어진 대로 미래를 알 수 없는 일에 대한 긴장감 자체가 뇌에 엄청난 자극을 준다"라며 "주식을 잘하는 분들은 안전하게 하라고 하지만, (도파민 작용으로 인해) 실제로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포모에 대해서는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뭘 해야 한다',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과 '상황을 주도적으로 끌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주식을 더 하게 만든다"라며 "이런 행위 자체가 불안을 진정시켜주는 도구가 된다. 뇌가 통제감을 원하기 때문에 (주식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보상이 불규칙할수록 행동이 더 강하게 반복되는 현상인 간헐적 강화, 같은 크기의 이익보다 손실을 심리적으로 더 크게 느끼는 손실회피편향 역시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에서 쉽게 빠져나오기 어려운 이유라고 덧붙였다.

저, 주식 중독인가요?

박서희 원장은 "도파민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사람마다 패턴이 다르다"라며 "자극이 강해도 심하게 흥분하지 않는 사람들의 경우 손실이 나도 덜 당황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반면, 도파민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사람들은 수익이 나면 신나서 크게 베팅하고 손실 나면 손절을 못하고 감정의 진폭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식으로 꾸준하게 수익을 내시는 분들의 경우, 첫 번째 유형이 많다"며 "내가 주식에 잘 안 맞는 것 같다 싶은 분들은 도파민 반응속도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서희 원장은 "손실을 볼 때 감정조절이 어렵거나, 일하면서도 차트가 떠오르고 대화할 때도 주식 앱만 확인하는 등 일상생활이 어려운 경우, 또 잃은 돈을 만회하려고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경우는 (주식 중독의)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며 "도박처럼 멈출 수 없다는 분들도 계시는데 이 구조는 혼자 빠져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빠른 회복의 길일수 있다"고 조언했다.

'껄무새'가 되기 싫은데 오늘도 결국 "살 걸, 팔 걸, 버틸 걸…" 주식도, 부동산도, 재테크도 다들 나 빼고 잘만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공부해도 어려운 투자의 세계, 손뼉 치며 공감할 [개미의 세계]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함께 공유하고 싶은 투자 사연이 있는 개미들의 제보도 기다립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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