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시아/호주

"AI 표준전쟁 뛰어든 日" 국장급 컨트롤타워 만든다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AI·반도체 등 총괄할 국장급 신설 추진
美·中·EU 규범 경쟁 맞서 표준 주도권 확보 나서

지난 2009년 11월2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09 국제로봇전'에서 가와다공업이 새로 개발한 산업용 로봇 '넥스트 에이지'가 물건을 분류하는 동작을 시연하고 있는 모습. 사진=AP/뉴시스
지난 2009년 11월2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09 국제로봇전'에서 가와다공업이 새로 개발한 산업용 로봇 '넥스트 에이지'가 물건을 분류하는 동작을 시연하고 있는 모습. 사진=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정부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의 국제표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담 고위직을 신설한다. 370조엔(약 3366조원) 규모의 민관 투자 계획에 이어 기술 규범까지 선점해 일본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21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내년 내각부에 AI와 양자컴퓨팅, 환경·에너지, 모빌리티 등 첨단산업의 국제표준화를 총괄하는 국장급 직책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내각부는 관련 내용을 2027회계연도 조직·인력 요구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새 조직은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표준화 정책을 총괄하며 민관 협력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기술 개발부터 국제표준 제안, 해외시장 진출까지 전 과정을 통합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일본이 국제표준 전략을 국가 차원으로 격상하는 것은 AI와 반도체 등 핵심 기술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 유럽에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미국은 엔비디아와 구글 등 빅테크를 중심으로 기술 규격과 안전기준 논의를 주도하고 있으며 중국은 국가 전략으로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AI법을 기반으로 위험관리와 데이터 품질, 안전성 평가 기준을 마련하며 국제 규범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대규모 투자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제표준을 선점하면 기술 경쟁력은 물론 시장 진입과 공급망 구축에서도 우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책을 주도한 사토 게이 내각관방부장관은 "정부와 민간이 일본 전체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지원 대상은 AI와 양자컴퓨팅을 비롯해 환경·에너지, 재난 대응, 모빌리티, 식품·농업, 바이오경제, 정보통신(ICT) 등 8개 분야다. 정부와 민간이 보유한 표준화 정보를 통합하고 국제회의 대응과 국제표준 제안 전략도 일원화할 계획이다.

일본은 올해 1월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일본규격협회, 대학, 정부기관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를 출범시켜 해외 기술 동향과 국제 규범을 공동 분석하고 있다.
국제표준화 분야에서 성과도 일부 거뒀다. 일본이 지난 2014년 제안한 간병·생활지원 로봇 안전기준은 국제표준의 기반이 됐으며 에너지 절감 기술과 자율주행 관련 기술도 국제표준에 일부 반영돼 있다. 다만 AI와 반도체 등 차세대 산업에서는 미국과 중국에 주도권을 내준 만큼 정부가 표준 경쟁을 산업정책과 경제안보의 핵심 과제로 격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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