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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끓는 日' 첫 '40도 혹서일' 예고..전국 열사병 경계령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사이타마 구마가야 40도 예보
전날 도쿄서 하루 142명 병원 이송
폭염에 노동손실 연 28억시간..기업들은 '45도 대응' 제품 개발

일본 도쿄 여름 풍경. 출처=연합뉴스
일본 도쿄 여름 풍경. 출처=연합뉴스
21일 일본 각 지역의 예상 최고기온. NHK방송 캡쳐
21일 일본 각 지역의 예상 최고기온. NHK방송 캡쳐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에서 21일 기상 관측 사상 처음으로 최고기온 40도 이상인 '혹서일(酷暑日)'이 예고됐다. 사이타마현 구마가야시에 최고기온 40도가 예보되면서 전국 42개 도부현에는 열사병 경계 경보가 발령됐다.

21일 일본 기상청과 환경성은 도호쿠부터 오키나와까지 42개 도부현, 44개 지역에 열사병 경계 경보를 내렸다. 최고기온은 구마가야 40도, 나고야 39도, 사이타마와 마에바시 38도, 도쿄 도심과 오사카 36도로 예보됐다. 실제 구마가야에서 40도를 기록하면 일본 기상 관측 사상 첫 '혹서일'이 된다.

■사상 첫 '40도 혹서일' 예고..42개 도부현 '열사병 경계령'
일본 기상청은 하루 최고기온에 따라 25도 이상을 '여름날(夏日)', 30도 이상을 '한여름날(真夏日)', 35도 이상을 '폭염일(猛暑日)'로 구분한다. 올해 4월에는 최고기온 40도 이상을 뜻하는 '혹서일'을 새 예보용어로 신설했다. 기후변화로 40도 안팎의 극한 폭염이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되자 최고기온 40도 이상을 별도 단계로 관리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이날 일본 전역에서는 최고기온 35도 이상인 폭염일이 속출할 전망이다. 전날에도 전국적인 폭염이 이어져 일본 전국 914개 관측지점 가운데 252곳에서 최고기온이 35도를 넘었다. 30도 이상을 기록한 곳도 674곳에 달했다. 도쿄 도심 역시 올여름 처음으로 폭염일을 기록했다.

인명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도쿄소방청에 따르면 전날 도쿄에서만 8세부터 94세까지 142명이 열사병 의심 증세로 병원에 이송됐다. 이 가운데 6명은 중증으로 분류됐다.

일본 기상청은 올해 7~9월에도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강하게 확장하면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일본 열도를 장기간 뒤덮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 건설 현장. 교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건설 현장. 교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폭염에 노동손실 연 28억시간
폭염은 일본의 노동시장과 산업 현장에도 직접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기상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도쿄의 7~8월 기온과 습도는 태국 방콕과 싱가포르 수준에 근접했다. 도쿄의 여름 기후가 동남아시아 대도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생산성 손실도 커지고 있다. 영국 의학저널 랜싯이 주도한 국제 연구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근로자 1인당 43시간의 노동시간을 폭염으로 잃은 것으로 추산됐다. 하루 8시간 근무 기준으로 약 5일치에 해당한다.

일본 전체 취업자의 노동손실은 연간 28억9082만시간에 달했다. 이는 2010년대 평균인 14억2771만시간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전 세계적으로 폭염에 따른 잠재적 경제 손실은 1조달러(약 1478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건설업계에서는 한여름 작업시간을 줄이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일본 건설업체 고노이케구미는 일부 현장에서 7~9월 매달 9일간 연속 휴무를 실시하고 기온이 낮아지는 10월 이후 토요일 작업을 늘리는 방식으로 노동시간을 재배분하기로 했다. 연간 총노동시간은 유지하면서 폭염이 집중되는 시기의 작업 부담을 낮추기 위한 조치다.

일본 작업복업체 워크맨의 기능성 의류 '엑스셸터'. 워크맨 홈페이지 캡쳐
일본 작업복업체 워크맨의 기능성 의류 '엑스셸터'. 워크맨 홈페이지 캡쳐

■냉감 타월·45도 작업복..폭염 대응 시장 급성장
기업들의 폭염 대응 제품 개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일본 생활용품업체 가오는 현재 약 1시간인 냉감 타월의 냉각 지속시간을 2시간으로 늘린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피부 표면 온도를 약 3도 낮추는 효과를 다음 휴식시간까지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해당 냉감 타월은 건설업과 제조업 등 500개가 넘는 기업에 도입됐다. 일본 정부가 사업주에게 직장 내 열사병 대응 체계 구축을 의무화한 이후 기업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일본 작업복업체 워크맨은 기온 45도를 가정한 기능성 의류 '엑스셸터(XShelter)'를 출시했다. 단열 소재와 통기성 소재를 결합해 옷 내부 온도를 낮추는 제품이다. 워크맨 전체 매출에서 여름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65%에 달한다.

전세계 폭염 대응 시장은 2025년 약 28억달러(약 4조원)에서 2030년 약 40억달러(약 5조9000억원)로 4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냉감 의류와 소형 선풍기뿐 아니라 열사병 위험을 감지하는 손목밴드 등 관련 제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산업안전보건 규정을 개정해 열사병 위험이 있는 작업장에서 신고 체계와 응급 대응 절차를 마련하도록 사업주에게 의무화했다. 하지만 일본의 직장 내 열사병 사상자는 1800명을 넘어 2년 연속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냉방기기나 냉감용품만으로는 폭염 피해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른 아침이나 야간으로 근무시간을 옮기고 계절별로 노동시간을 조정하는 등 폭염 노출 자체를 줄이는 근무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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