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봉쇄 땐 아시아가 최대 피해…유가 120달러 전망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봉쇄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이란과 연계된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해상 봉쇄를 선언하면서 중동의 양대 원유 수출로가 동시에 차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15~120달러까지 상승하고, 선박들의 희망봉 우회로 운송비와 해상보험료도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예멘의 친이란 성향 후티 반군은 2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했다. 구체적인 실행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공격이나 항로 차단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핵심 해상 통로다. 호르무즈 해협이 걸프 지역 원유의 출구라면 바브엘만데브는 홍해와 수에즈운하를 잇는 관문이다. 이곳이 봉쇄되면 호르무즈를 우회해 수출되던 원유마저 세계 시장으로 나가기 어려워진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부분 봉쇄한 이후 동부 유전에서 생산한 원유를 동서 송유관을 통해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보내 수출하는 전략을 택했다. 최근 얀부항의 원유 수출은 하루 평균 400만배럴로 1년 전보다 4배 이상 늘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 물동량도 하루 740만배럴로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7% 수준까지 증가했다. 홍해가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의 대체 수출로 역할을 해온 셈이다.
국제유가는 단기간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9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1.12달러(1.27%) 오른 배럴당 89.22달러에 마감했다.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0.74달러(0.90%) 상승한 배럴당 83.2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과 이란이 공격을 주고받으며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제유가는 이달 들어 약 20% 급등했다.
컨설팅업체 스트라타스 어드바이저스의 존 페이시 대표는 로이터통신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15~120달러를 다시 넘어설 수 있으며, 선박들이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장거리 항로를 이용하면서 운송비와 해상보험료도 함께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WINEP)의 노암 레이단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에 "아시아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홍해 연안 얀부항에서 선적되는 원유와 석유제품 대부분이 인도, 싱가포르, 일본, 한국, 중국의 정유시설로 향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의 맷 스미스 원자재 리서치 총괄은 유조선들이 희망봉을 우회하면서 아시아 정유업체들의 원유 도착이 약 한 달가량 지연될 수 있다며 "첫 한 달의 충격은 엄청날 것이며 가장 큰 피해는 사우디 원유 수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현재 홍해를 거쳐 아시아로 수출되는 사우디 원유 하루 300만배럴 이상이 훨씬 긴 우회 항로를 이용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케이플러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 4월 이후 얀부항을 통해 하루 평균 450만배럴 이상의 원유와 석유제품을 수출했으며, 이 가운데 약 70%가 아시아로 향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